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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코리아, 무역 1조 달러 시대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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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3시30분 통관 기준 수출입 잠정집계로 연간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무역대국 코리아’의 위상을 확고히 구축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대한민국호’는 이 시각 수출 5153억 달러, 수입 4855억 달러로 정확히 1조8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1조 달러 고지를 넘었다. 1947년 1억 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964년 5억 달러, 1988년 1000억 달러, 2005년 5000억 달러를 각각 넘어서는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올해 1조 달러의 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연간 1조 달러를 돌파했다. 1947년 1억 달러를 넘어선 후 64년 만이다. 특히 현대차의 활약이 눈부셨다. 사진은 올해 북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현대차 아반떼.

올해 이 같은 낭보를 울리기까지 우리 기업들의 노고가 컸다. 특히 내수기업보다는 수출기업들의 활약상이 대단했다. 그중에서도 올해는 현대·기아자동차를 위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368만387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11.4% 늘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또 현대·기아차는 올해 해외 공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3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할 전망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해외공장에서 287만5399대의 차를 생산했다. 236만 대를 만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8% 증가했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 자동차 대수(285만 대)보다 많다.

사상 최대의 실적 덕분에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순이익이 삼성그룹을 처음 추월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차그룹의 9개 상장사 순이익은 9조1679억원으로 삼성그룹 13개 상장사 이익(8조1036억원)을 따돌렸다. 정 회장이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후 10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이 암흑기를 헤매고 있는 올해에도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미국 ‘공룡’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존심을 치켜세웠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연간 기준으로 ‘매출 150조원, 영업이익 15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올해 삼성전자의 효자품목은 휴대전화다. 지난해 ‘갤럭시S’에 이어 올해 내놓은 ‘갤럭시S2’의 돌풍이 이어지며 3분기에는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분야 세계 1위에 올랐다. 갤럭시 노트까지 가세한 4분기에는 3500만 대 안팎의 스마트폰을 포함해 사상 최초로 분기기준 휴대전화 1억 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삼성전자 TV는 6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인터넷을 연결해 다양한 콘텐트를 즐기는 스마트TV와 입체 화면을 경험할 수 있는 3D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특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신규사업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냈다. 삼성SDI와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가 합작해 세운 SB리모티브의 배터리를 채용한 첫 번째 전기차 양산모델인 독일 BMW사의 ‘i3’ 컨셉트카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이는 SB리모티브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내수기업에 머물러온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통신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을 서둘렀다. 통신 서비스업과 반도체 제조업의 기술을 결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동통신업계의 화두인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투자에 주력하면서 업계 선두를 유지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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