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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항마로 조현정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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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현정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된 조현정(54) 비트컴퓨터 회장은 지난 25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오고초려(五顧草廬)라도 해서 꼭 모셔오고 싶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고 측근들을 보내서 설득해도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아서였다. 그래도 조 회장은 “기업인이 당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26일 박 위원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 “과학기술계와 벤처업계를 대변하고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결국 조 회장은 그날 오후에야 “참여하겠다”고 답을 줬다. 당초 박 위원장은 벤처기업인 H씨에게 비대위 참여를 제안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고사했고 조 회장을 추천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낸 벤처기업인 1세대다. 1957년 경남 김해 출생인 그는 여섯 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중학교 1학년을 중퇴했다. 71년 상경해 전파사 등에서 일한 그는 10대 초반부터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수리 기술자가 됐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용문고를 졸업한 뒤 78년 인하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고장 난 방사능 측정기부터 학교 내의 수리란 수리는 도맡았다고 한다. 한 학기 등록금이 60만원이던 당시 학교의 모든 제품을 수리하며 학교로부터 연 450만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그는 대학 3학년 때 비트컴퓨터를 설립했다. 결국 의료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됐고, 2000년부터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요즘에는 매년 1억6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많아 ‘비트스쿨’을 통해 86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기도 했다. 이런 이력을 지닌 조 회장이 비대위원으로 발탁되자 당 내부에선 “벤처기업 1세대인 조 회장의 영입은 안철수 교수를 견제하는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박 위원장은 면식이 없던 인사들에게 보좌진들이 먼저 통화를 한 뒤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영입전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철통보안’을 유지했다.

 박 위원장은 공식 발표 전에 당사자가 언론에 미리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개인 간 약속도 신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대위원이 된 김종인 전 의원이나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25일 이전까지 “연락 받은 적 없다”며 시치미를 뗀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은 26일 밤까지도 “나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공식 발표가 있기 전 비공개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 간의 신뢰이고 그 정도는 지켜야 한다고 박 위원장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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