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기수출 44년 빗장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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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정부는 27일 무기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이날 담화를 통해 “최신 방위기술 획득 등을 통해 우리나라(일본) 방위산업의 생산·기술 기반을 유지 및 고도화하고 비용 절감을 도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 정부의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미국 등 다른 우방과 공동으로 전투기 등을 개발 및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인도적 목적일 경우 방탄조끼 등 장비·비품의 수출도 가능해진다.

 일본은 1967년 ▶공산국가 ▶유엔 결의로 무기수출이 금지돼 있는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및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 무기수출을 금지한다는 ‘3원칙’을 발표했다. 이어 76년에는 “모든 지역 및 국가에 무기수출을 ‘삼간다’”는 담화를 발표, 사실상 전면 무기수출 금지에 나섰다. 다만 국회 결의나 법제화된 것은 아니고 ‘정부의 견해’였던 만큼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는 “(동맹국인) 미국에 한해 무기기술의 공여를 인정한다”며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미사일 방어(MD)의 미·일 공동개발 및 생산, 나아가 미국을 통한 제3국으로의 수출을 인정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일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분쟁의 조장을 회피한다’는 3원칙의 이념은 그대로 유지한다” 고 했지만 예외규정을 통해 사실상 자국 무기의 수출을 전면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동안 ‘사안적 예외’를 인정하던 것을 “미국 등 우호국과의 공동개발은 모두 괜찮다”는 식의 ‘포괄적 예외’로 바꿨다는 것이다.

 한편 일 정부 관계자들은 “전투기나 함정 등 최첨단 무기의 경우 단일 국가가 아닌 복수의 국가가 공동개발하는 게 시대적 흐름인데 반해 일본의 경우 ‘3원칙’에 발목 잡혀 첨단 기술을 획득할 수 없었다”며 “이번 완화 조치로 무기개발 비용도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이번 완화 조치에 따라 일 정부가 무기를 공동개발할 수 있게 된 국가는 기존의 미국 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호주·한국 등으로 제한될 전망이라고 보도했지만 아사히(朝日)·요미우리(讀賣)신문 등은 한국을 열거하지 않았다.

 이 밖에 장비·비품의 수출 금지가 풀리는 대상으로는 헬멧·군용 중장비·순시정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살상 목적의 장비는 제외된다.

도쿄=김현기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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