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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 미혼남녀 만남의 장 ‘너는 내 운명’

중앙일보

입력

서초구청이 마련한 미팅 파티에서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발그레한 두 볼과 웃음 가득한 입가.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지도 아래 두 손을 맞잡고 앉은 남녀 사이에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 “인상이 좋으세요” 같은 듣기 좋은 인사 말이 오간다. 긴장된 표정으로 간간히 생수로 목을 축이는 이들도 있다. 각각 25명의 남녀는 때론 함박웃음으로, 때론 상기된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며 질문하고 답변한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초구청 지하 1층 구내식당 ‘아방세홀’에서 열린 ‘너는 내 운명 미팅 파티’ 현장 모습이다.

 서초구청 OK민원센터는 저출산 해결책의 하나로 이 미팅 파티를 해마다 열고 있다. 참가 대상은 서초구에 살거나 서초구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미혼 남녀다. 만남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신청자들의 혼인 관계는 물론, 재직증명서까지 일일이 확인한다. 이날 참가한 여성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남성들은 30대초·중반이 대부분이었다. 직업은 공무원·대기업 사원·노무사·교사·간호사 등 다양했다.

 올해 2회째인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비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첫회에 매칭된 11커플 중 한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기 때문이다.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로 신청율도 높았다.

 박영훈(27)씨는 지난해 미팅 파티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맺어 결혼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케이스. 그는 “사설 중매업체의 경우 가입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만남의 기회도 많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구청의 무료 행사를 통해 평생 배필을 만나게 돼 너무 좋다”며 “올해도 많은 커플이 결혼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팀 이뤄 퀴즈·댄스 후 연애특강, 일대일 대화 이어져
 
 이날 행사는 커플 행사 전문사회자로 유명한 김윤규씨의 사회로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낯선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간단한 대화의 시간을 가진 후 낱말 퍼즐, 영화 퀴즈, 커플댄스 배우기 등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이 이어졌다. 어색하고 낯설어하던 이들도 이내 긴장을 풀고 옆에 앉은 이성과 팀을 이뤄 퀴즈를 맞춰나갔다. 연애강사 이명길씨가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화의 기술’이란 내용의 연애특강도 했다.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세 번의 칭찬은 필수”라며 “호의를 갖고 상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라”고 조언했다.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강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1:1 대화가 이어졌다. 테이블간 이동뿐만 아니라 테이블 내에서도 자리를 이동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졌다. 이윽고 일차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카드로 호감을 표시토록 한다. 마지막 순간에 1·2·3지망을 해서 최종 커플 맺기에 이를 반영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3시간 정도 진행할 예정이었던 행사는 참석자들의 열기 때문에 4시간여가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이런 분위기는 높은 커플 성공율로 이어졌다. 커플 맺기에 성공한이들은 13커플.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짝을 찾은 셈이다.

 참가자 이지영(32)씨는 “단 한 명이 아니라 호감이 가는 3명을 적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많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기회가 주어져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고, 덕분에 커플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김성훈(33)씨는 “행사 규모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사람들과 대화하기에 적절했다”며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도 잘 조절돼 상대방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미팅 파티 외 결혼중매 상담코너도 운영

 성공리에 2회 행사를 마친 경수호 OK민원센터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시간이 없거나 이성을 만날 기회를 찾지 못해 짝이 없었던 미혼남녀가 좋은 이성을 만나 행복한 결혼 설계를 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내년 봄 여성가족과가 주최하고 ‘아이낳기 좋은세상 서초운동본부’가 후원하는 미팅 파티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OK민원센터의 ‘결혼중매 상담코너’ 신청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이성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2009년 1월 이 코너가 개설된 이래 총 952명(남388명?여564명)이 등록해 만남의 기회를 얻고 있다. 현재까지 총 5쌍이 결혼에 골인했다.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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