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한번 가보고 “90% 안전” … 자랑만 넘치는 서울시 기관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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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연말을 맞아 서울시와 각 산하 기관이 앞다퉈 다양한 업적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잘했다”는 결과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지표와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

 서울시는 26일 “지난해 성적이 안 좋았던 노숙인 시설 8곳에 대해 1년 동안 품질 관리 평가를 한 결과 평균 점수가 62점에서 71점으로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노숙인 시설 44곳 중 지난해 점수가 안 좋았던 시설 8곳의 상황이 대폭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1년 동안 품질관리로 노숙인의 복지가 대폭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무엇이 개선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평가는 노숙인 전문가 4명이 2인 1조로 나뉘어 각 시설을 방문한 후 잘못한 점을 지적한 후 재방문해 다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시설을 컨설팅한 전문가가 자신이 내린 처방을 스스로 평가한 셈이다.

 서울시가 지난 12일 공개한 시내 3232개 어린이집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에도 아전인수식 해석이 더해졌다. 결과에 따르면 이들 서울 어린이집의 90%가 급·간식 위생 기준을 달성하는 등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모니터링 요원 2명이 각 어린이집을 1회 방문해 몇 시간 지켜본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정확성도 떨어지고 문제점을 잡아내기도 힘들다.

 반면 불리한 평가 결과는 쉬쉬하고 넘어갔다. 외부연구기관이 실시한 서울시 출연기관 10곳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는 지난 10월 나왔지만 발표되지 않았다. 또 경영평가 결과는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도록 돼 있지만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디자인재단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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