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쿠키'…대가는 너무도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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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MS 익스플로러의 정보 보호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쿠키의 사용 여부는 사용자의 몫으로 돌아왔다. 쿠키 사용의 ‘달콤함’과 정보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가능성 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PC방에선 개인 정보 노출 말 것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쿠키’(cookie)라는 단어를 입력해 본 적이 있으신지. 야후나 네이버 같은 엔진들은 쿠키의 답(答)으로 당장 제빵이나 제과에 관련된 사이트들을 소개해 줄 것이다. 또 영어 사전으로 검색하면 결과는 주로 달콤한 맛에 관련된 것이 나온다. 쿠키는 과자라는 뜻 외에 미국 영어의 구어체에서 많이 쓰이는 슈가(sugar)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 ‘애인’의 뜻으로도 쓰인다.

최근 IT 업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쿠키는 위와 같은 사전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다. 쿠키는 사용자가 웹 서핑을 하고 있을 때,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가 사용자의 PC로 보내는 정보 파일의 하나다.

쿠키에는 브라우저가 거쳐간 사이트의 경로나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가 기록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후에 같은 사용자가 그 사이트에 연결할 때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다. 쿠키라는 이름은 파일의 크기가 아주 작다는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마치 ‘과자 부스러기’와 같이 작다는 의미다. 쿠키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웹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던 넷스케이프에 처음으로 탑재되었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도 이 기술을 도입하게 되었다.

한편 MS는 지난 7월 중순, 자사의 윈도 운영체제에 탑재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최신판을 발표했다. 이 버전에는 컴퓨터 사용자들의 ‘쿠키 거부권’을 더욱 강화하는 기능을 탑재했다고 한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접속하는 웹 사이트로부터 접속 정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이 발표가 나자마자 지금껏 쿠키를 활용해 마케팅 활동과 고객 서비스를 펼쳐온 온라인 업체들이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쿠키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사용자와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먼저 쿠키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쿠키의 사전적 의미와 같이 ‘달콤함’을 얻을 수 있다. 자주 접속하는 사이트라면 사용자가 로그인할 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사이트에 접속만 해도 곧바로 로그인이 되는 사이트도 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PC에 들어있는 쿠키 정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는 eCRM 같은 타깃 마케팅 정책을 수행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사용자 역시 자신의 구매 패턴이나 성향을 잘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쿠키의 사용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터넷 업계 일각에서는 자사 고객의 쿠키를 다른 회사와 공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는 개인 정보의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과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쿠키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불가능해진다. 사용자는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기본적인 정보를 매번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만 한다. 또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 하나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 정보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일면 장려되어야 할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인터넷 PC방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는 PC에 해킹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 사용자들의 정보를 캐내거나 저장되어 있는 쿠키 정보를 빼내어 업체에 팔아 넘기는 악질 해커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정보 보호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쿠키의 사용 여부는 사용자의 몫으로 돌아왔다. 쿠키 사용의 ‘달콤함’과 정보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가능성 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첫째, 가급적 인터넷 PC방 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개인 정보를 많이 노출시키지 말 것. 부득이 입력을 했다면, 인터넷 사용이 끝난 후에는 자신의 PC가 받은 쿠키의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 둘째, 신뢰성이 있는 웹 사이트를 주로 이용할 것. 셋째, 쿠키를 이용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개인 정보 유출 반대를 위한 본인의 의사를 자주 전달할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