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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재난 … 끔찍한 기억 전기자극으로 지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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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쟁이나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이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런 질환은 공포에 대한 기억이 뇌에서 지워지지 않아 발병한다. 국내 연구진이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뇌에 전기 자극을 줘 공포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사진) 박사 팀은 공포기억 소멸에 관련한 유전자 ‘PLC 베타4’의 기능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25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생쥐에 이상한 소리와 함께 전기 충격을 반복적으로 가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나중에는 전기 충격 없이 소리만 들려줘도 생쥐가 공포에 떠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 뇌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감각 관련 정보를 처리하는 시상(視床·thalamus)에 전극을 꽂았다. 그런 뒤 극히 약한 전기를 아주 짧게 반복해서 가하자 공포 기억이 아주 잘 지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자극이 셀수록 공포 기억 소멸은 더 잘 이뤄졌다. 전기 자극은 시상이 단발성 신호를 발생하도록 하고, 그 신호는 다른 뇌 세포에게 공포에 대한 기억을 지우라는 명령으로 작용한다. 신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새로운 치료법 개발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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