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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가던 ‘OB공주’가 실수해도 느긋한 골프 여제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난 6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11 볼빅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김하늘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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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주인공은 김하늘(23·비씨카드)이었다. 올해 19개 대회에서 1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열일곱 명. 그중 김하늘만이 유일하게 다승(3승)을 거뒀다. 김하늘은 다승왕 외에도 상금왕,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2007년 투어에 데뷔한 지 5년 만이다.
김하늘의 실력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하늘은 총 버디 수 1위(191개), 라운드 언더파율 2위(49.12%), 평균 타수 3위(71.91타), 그린 적중률 공동 5위(74.07%), 평균 퍼팅 수 공동 10위(30.61개) 등 고른 성적을 냈다.

사실 김하늘은 올 시즌 전까지 기복이 있는 선수로 평가됐다. 2008년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3위에 올랐지만 2009년과 2010년 우승 없이 시즌을 보냈다. ‘한 방이 있는’ 선수였지만 한 방씩 터지는 아웃오브바운스(OB) 때문에 ‘한 방에 가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10년 시즌을 상금랭킹 21위로 마치고 “내년 목표는 상금왕”이라고 했을 때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하늘은 “우승만 없을 뿐 슬럼프는 아니다”라며 “기술적으로나 체력·멘털 면에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다시 우승을 한다면 잘 풀릴 것”이라고 호언하곤 했다.
 
티샷 실수하고도 파로 막아내
김하늘은 지난 4월 현대건설-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2년7개월여 만에 정상에 오르며 우승 물꼬를 텄다. 10월 열린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에서 메이저대회 첫 승을 차지했고 이후 우승 1회, 준우승 2회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김하늘의 상승세는 무엇보다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김하늘은 우승 없이 보낸 2년7개월과 3승을 거둔 올 시즌을 돌아보며 “골프는 자신감이 중요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골프는 특히 뜻대로 샷이 안 될 때가 많다. 경기가 잘 풀리다가도 안 될 수도 있다”며 “그런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지만 그게 골프의 매력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다시 우승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시련에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기복이 적어진 김하늘의 경기력은 리커버리율(샷을 실수했을 때 파로 막는 확률)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김하늘은 올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249.83야드로 7위에 올랐지만 대부분의 장타자가 그렇듯 드라이브샷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68위(68.53%)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리커버리율은 11위(57.54%)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김하늘은 리커버리 부문에서 60위(51.42%)에 그쳤다.

‘긍정적인 마인드’도 김하늘 시대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늘 생글거리는 미소 때문에 붙은 별명이 ‘방글이’. 김하늘은 “적당한 부담은 오히려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좋은 글귀나 조언들은 받아 적어놓고 읽는다. 주위의 이야기나 기대치 같은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골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김하늘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스물세 살.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나이지만 그의 하루는 훈련 스케줄로 빈틈이 없다. 샷 연습이 끝나면 필라테스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하느라 더 바쁘다.

김하늘 때문에 미소짓는 사람들이 또 있다. 골프 경기를 대상으로 하는 골프토토 참가자들이다. 스포츠토토는 국내외 대회가 열릴 때마다 6명의 선수를 뽑아 이들의 1라운드 성적을 맞히는 골프토토 상품을 출시한다. 김하늘은 언제나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적을 올려 그가 포함되는 경기는 적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골프토토는 6명 선수의 1라운드 최종스코어를 3오버 이상, 1-2오버, 0(이븐), 1-2언더, 3-4언더, 5언더 이하 등 여섯 가지 항목으로 분류한다. 상금을 타려면 6명 선수의 성적을 모두 맞혀야 한다. 산술적으로 이를 모두 맞힐 확률은 4만6656분의 1이다. 이 같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각 경기의 적중자는 1~2명에 그치거나 많아야 10명 남짓이다. 그런데 김하늘이 포함된 올해 여섯 경기의 평균 적중자 수는 무려 20.5명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당첨금을 받아갔다는 얘기다.

김하늘 나오면 골프토토 당첨자 늘어
김하늘은 지난 11월 4일 제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이데일리-KYJ골프 여자오픈에서 잭팟을 안겨주기도 했다. 1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쳐 무려 14만2245.5배의 배당률이 나오게 한 것이다. 당시 적중자는 한 명이었는데 그는 단돈 100원을 베팅해 1422만4550원을 탔다. 올해 골프토토에서 가장 높은 배당률이 나온 경기는 LPGA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26만1773배를 기록했다.

최고의 해를 보낸 김하늘은 올해 말 호주 골드코스트로 출국해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한국 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6개 대회 출전권을 보장받은 그는 3월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으로 시즌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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