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소련식 건축물 개조

중앙일보

입력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시당국이 도시 중심부에 2백30미터 높이로 서 있는 거대한 소련식 건물을 영국 런던의 빅벤 같은 시계탑으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고 dpa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인민문화과학궁전으로 사용되어온 이 건물은 1950년대 소련의 독재자 요시프 스탈린이 폴란드에 지어준 '원하지 않는 선물' 이었다.
공산 시절 당국은 이 건물이 폴란드에 대한 소련의 후의와 사회주의의 승리를 상징하며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형태의 '사회주의 고딕' 형 건물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폴란드 국민들은 도시 한복판에 있으면서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크기만 한 이 건물을 '소련 제국주의' 를 항상 떠올리게 하는 위압적인 기념비로 인식해왔던 것.
시당국은 이번 결정이 "이번 개조 결정은 폴란드가 공산체제 붕괴 후 10년간 소련의 위성국가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민주주의.자본주의 국가로 성공적으로 전환해 조만간에 유럽연합 (EU)
에 가입하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시의 한 관계자는 "1백65m 높이에 사면으로 시계를 달면 5km 떨어진 곳에서 볼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높은 시계탑이 된다" 며 "건물 그냥 철거하는 것보다 역사 교육장이자 도시의 새로운 관광명물로 재활용하는 것이 훨신 낫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
그는 도시의 흉물이 바르샤바의 빅벤으로 변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 자체가 폴란드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매 시각마다 종을 울리는 빅벤과는 달리 종소리는 내지 않기로 했다.

새 시계탑의 시계는 21세기 맞이 행사의 하나로 올해 12월31일 제막될 예정이다.

채인택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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