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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상비약 약국 외 판매 빠를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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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한약사회가 22일 심야회의를 열어 “국민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한정적인 장소(편의점)에서 야간·공휴일에도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라고 결의했다. 이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일부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존중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애초 정부는 지난 9월 감기약 등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약사회의 반대 속에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는 법안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에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다. 그러자 약사회는 지난 11월 22일 “상비약 구입 불편 해소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으며 한 달 만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사회 변화로 전문가 집단이 정부·소비자와 갈등이 생겼을 때 소통과 대화로 이를 해결하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이번 결의로 약사법 개정안을 이르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8월에 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 남은 일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약사회 삼자가 가장 이른 시일 안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공동 보조를 맞추는 일이다. 삼자는 서로 손잡고 소비자가 한밤중에 간단한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불편이 하루라도 빨리 사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구체적인 판매장소와 약국 외에서 판매 가능한 약품을 분류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작업에서 정부와 약사회는 소비자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약품 전문가 집단으로서 약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약사회는 소비자 편의를 위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이제 국민 기본권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제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제도를 개선해 보다 나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도, 여러 전문가 집단도 함께 소통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번 갈등과 소통의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