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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엄마와 함께] 초등생 작가 여러분, 상상력이 정말 놀랍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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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꿈을꿈을 만화도서관
붕붕아트 지음, 애니북스
176쪽, 1만원

만화 속에 동심이 있다는데, 아예 아이들이 지어낸 이야기로 만화를 꾸미면 어떻게 될까. 모두 열 편의 단편만화가 묶인 책이다. 글·그림은 대부분 전문 만화가들이 맡았지만 원안은 어린이들의 것이다. 만화가들이 공부방 등을 찾아가 만화창작교실을 여는 프로젝트 ‘찾아가는 만화도서관 붕붕아트’의 결과물이다.

 어린이들은 커 봐야 초등학교 6학년인데, 작품들은 상상 밖으로 심오하다. ‘끝나지 않은 전쟁’은 불의 소년과 물의 소년의 이야기다. 둘은 친구였으나 불과 물 중 뭐가 더 세냐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다 싸움에 나선다. 싸움은 이웃 우주행성의 푸른 괴물, 붉은 괴물을 각각 끌어들이는 전쟁으로 커진다. 결국 불의 소년이 이기지만, 그가 쓴 태양 에너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식물행성의 전사가 복수를 다짐한다.

 공부는 하지 않는데 한 문제도 틀리지 않는 시장 아들이 25년이 흐른 후 논문 표절 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다는 줄거리의 ‘마법의 물약’, 돈 안 되는 화가란 꿈을 차마 꾸지 못하고 대신 과자 굽는 법을 배우는 소녀가 나오는 ‘펭귄 시스터스’는 꿈 꿀 틈 없이 현실에 직면하는 어린이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아이다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가령 햇살공부방 어린이들이 원안 구성부터 제작까지 참가한 ‘걱정로봇 워리R’이 그렇다. 걱정로봇은 시험공부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대신해 공부해준다. 그러나 시험은 아이들이 보니 전부 빵점이다. 아이들은 결과에 자극 받아 스스로 공부하고, 걱정로봇은 “아무튼 걱정 해결!”이라며 좋아한다. 새터 어린이 학교의 이원욱군이 꾸며낸 캐릭터에서 출발한 ‘모래성’도 독특하다. 손이 달린 모자를 쓴 여왕, 꼬리와 날개가 달린 마왕 등이 이색적이다.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아이들의 빛나는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지만, 이 책은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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