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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영국 훌리건 뺨치는 중국 관중의 광적 응원

중앙일보

입력

처음에 날아드는 것은 플라스틱 물통이다. 이어 돌덩이까지 쏟아지며 축구장 관중석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경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선수와 감독.심판은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가기에 급급하다. 원정팀 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홈구장 팬들에게 둘러싸여 심지어 오물 세례를 받기도 한다.

버스 유리창이 깨져도 분이 풀리지 않는 팬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지나가는 승용차에 돌팔매질을 하면서 무법천지를 연출한다. 최루탄이 터지고 소방차가 동원돼 물을 뿌리면서 진압 작전이 벌어진다.

유럽 '훌리건' 들이 난동을 부린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15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중국프로축구 갑(甲)B리그 경기에서 시안이 홈구장인 궈리(國力)팀이 청두(成都)에서 원정온 우뉴(五牛)팀과 무승부를 기록하자 관중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벌인 난동이다.

중국 축구팬들의 경기장 안팎 난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7월 28일 베이징 노동자체육장에서 벌어진 한.중 축구 정기전에서 흥분한 중국 축구팬들이 한국 유학생들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전에서도 중국이 한국에 0 - 1로 지자 흥분한 2천여 관중이 중국 공안(경찰)과 대치하면서 소동을 피운 적이 있다.

아시아에서 찾아보기 힘든 훌리건이 중국에서 생겨난 것이다. 1994년 이래 중국축구협회가 집계한 '경기장 안전질서 위반' 사례는 43건에 이른다.

올들어서도 이미 9건이나 발생했으며 갈수록 폭력화하는 추세다. 중국 언론이 '축구 실력은 까마득한데 훌리건 행위는 이미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다' 고 개탄할 정도다.

일부 중국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축구장에 데려가지 않는다. 온갖 욕설이 난무해 무엇 하나 배울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축구의 광적인 응원문화는 우선 축구열이 잘못 발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26개 프로팀이 갑A, B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치는 중국의 평균 관중 수는 무려 2만5천여명.

40위안짜리 입장권 암표 가격이 한달 월급보다 많은 1천6백위안으로 치솟기도 한다.

이같은 광적인 열기가 지나친 승부욕을 낳고 결국 난동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중국 당국은 축구협회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느랴 고심하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특히 통제가 잘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축구장 폭동을 이해하기 힘들다.

정치체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관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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