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낡은 맨션이 육아사랑방으로 변신 … 아이와 엄마 만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천안시가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옛 관사를 어린이 놀이시설로 꾸몄다. 시도는 좋지만 홍보 부족과 주차문제 등 아쉬운 점도 많다.

다양한 놀이시설 갖춘 ‘도담도담 놀이터’

천안시가 옛 관사를 새롭게 꾸며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만들었는데 구도심의 낡은 관사가 육아사랑방으로 바뀌자 보육시설과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이 반기고 있다. 천안시는 시청 관사로 사용하던 동남구 원성동(562-7번지) 명성맨션 1층에 엄마와 어린이를 위한 ‘도담도담 놀이터’를 설치했다.

 낡고 오래된 거실과 방은 미끄럼틀, 농구대와 같은 놀이시설을 비롯해 발달 단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이 비치돼 있다. 방 한쪽은 수유실과 휴게공간으로 꾸몄다. 놀이터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놀 수 있는 교구와 교재들로 가득하다.

 22일 오후 김태희(32·청당동)씨는 23개월 된 아들과 처음 이곳을 찾았다. 천안시보육정보센터 홈페이지를 보고 서둘러 예약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날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3년 전 천안으로 이사 왔는데 아이와 집에만 있기 답답해 평소 대형마트나 키즈카페를 한 달에 서너 번 다니는데 위생적이지 못한 데다 큰 아이들에게 밀려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하지만 이곳은 집과 같은 분위기에서 다양한 놀이기구가 구비돼 있고 아이들도 많지 않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도담도담 놀이터’는 아이들만을 위한 장소지만 주부들과 육아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선미(35·백석동)씨와 박상희(35·쌍용동)씨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이곳을 찾았다. 집과는 다소 떨어진 구도심에 있지만 모처럼 아늑한 공간에서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선미씨는 “다양한 영역의 교구가 있어 아이가 지루해 하지 않아 좋다”면서 “주로 키즈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격이 부담돼 꺼리게 됐다. 이곳은 거리도 멀지 않고 아이 한 명당 1000원이면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천안시 보육정보센터 김순덕 팀장은 “아이들이 화면에 직접 색을 칠하는 터치스크린을 비롯해 부엌용품, 악기세트, 화장세트와 같은 흥미를 유발시키는 용품이 마련돼 있다”며 “또 우주복과 인디언·해적·경찰관·의사 가운도 있어 아이들이 직접 옷을 입어 보며 역할 놀이를 할 수 있고 엄마와 함께 인형극도 할 수 있어 부모와 아이들 모두 만족해 한다”고 설명했다.

 관사를 개방한 천안시는 앞서 2004년 원성동에 있는 관사를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민원인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주차장으로 조성했다. 3년 뒤인 2007년에는 공무원 숙소로 사용하던 구성동 관사를 헐어 시영 임대주택(23가구)을 건립, 저소득 주민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정책을 펼쳐 건설교통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아쉬운 점도 많아 … 4일만 개방, 공간 협소

천안시가 1억원을 들여 만든 시설이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구도심에 위치해 방문객이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 시설을 안내하는 간판도 없다. 93㎡의 내부 공간은 협소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니기에는 제한이 많다. 거실과 방 2개로 나눠져 있는데 그나마 방 1개는 수유실과 보관함이 있고 주방과 거실에는 각각 카운터가 설치돼 공간을 비좁게 만들었다. 또 예약제로 운영하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도 주부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여기에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주변에 사는 주민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어린이집의 경우 다음 달까지 예약이 꽉 차있는 반면 주민들의 예약건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용시설이다 보니 잦은 소독으로 문을 닫는 날이 많다. 하루 3번 나눠 운영되는 데 끝나는 시간마다 30분씩 소독이 이뤄진다. 목요일에는 소독과 점검으로 아예 문을 닫고 월요일은 휴관일이어서 문을 닫기 때문에 1주일에 4일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운영하지 않는 날이 많은데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는 보육시설이나 기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번에 불과하다.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고 ▶예고 없이 불참하면 1개월 이용 정지 ▶개인물품 관리나 놀이기구 파손 시 전액 변상 ▶놀이터 설비와 비품 파손 3회 이상 시 3개월간 이용 정지 ▶유료제 운영(아동당 1000원) ▶음식물 반입 금지 와 같은 까다로운 규정은 주부들의 방문을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이다.

 보육정보센터 홈페이지를 보고 놀이터를 찾은 박상희씨는 “이웃집 소개로 처음 이곳을 찾았는데 안내 간판도 없고 골목길에 있어 내비게이션 없이는 찾기 힘든데다 주차할 곳도 없어 난감했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주민들에게 개방해 놓고 이런 저런 이유로 문닫는 날도 많고 조건도 까다롭다. 또 돈까지 내면서 시설을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문의=041-561-2824

글·사진=강태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