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게 없던 천덕꾸러기가 교수의 칭찬 한마디에 꿈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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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들은 칭찬 한 마디에 인생의 진로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구체적인 이유와 목적이 더해진 칭찬이라면 자신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칭찬 한마디에 용기를 얻고 꿈을 설계한 학생이 있다. 호서대학교 한방화장품과학과 4학년 김정현(24)씨다.

나를 키운 것은 칭찬

정현씨의 부모님은 두 분 다 교사다. 어릴 적부터 오빠는 모든 면에서 모범생이었다. 그래서 칭찬은 늘 오빠의 몫. 그에 비해 정현씨는 잘 하는 게 없어 ‘꼴통’ 소리를 듣는 막내딸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학과를 선택할 때도 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부모님은 손발이 고생스러운 공부를 하려는 딸을 못마땅해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2학년 때까지 학교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놀러 다니기 바빴다. 그런 정현씨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 사건이 일어났다. 2학년 2학기. 박선남 스킨케어(피부관리실습)담당 교수의 실기 수업을 받던 중 처음으로 “잘한다” 는 칭찬을 들은 것. “나도 잘 하는 게 있구나…” 스스로가 놀라웠다. 더 잘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한마디의 칭찬이 가져온 발전이었다.

 그때부터 박 교수는 정현씨의 우상이 됐다. 3학년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교수님처럼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교수가 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다. “우선 미용관련 자격증부터 모두 취득해야지. 대학 졸업하면 대학원에 가서 공부도 더 해야 하고,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쌓으면 더 좋겠지”

박 교수는 오히려 그 날의 일상적인 대화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날 박 교수가 한 말은 정현씨의 뇌리에 그대로 각인됐다. 꿈을 향한 목표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방학이 되자마자 미용학원부터 등록했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격증을 하나 둘씩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하려고 마음먹으니 운도 따라줬다.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시험 기간도 맞아 떨어졌다. 열심히 하는 만큼 늘어가는 이력이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취득한 자격증이 모두 11개(피부미용사, 메이크업아티스트 1급, 네일아트 2급, 발 미용관리사, 미용경락관리사 등), 수료증 5개(피부미용연구과정, 헤어 정규과정, 방송분장연구과정, 바디페인팅, Alex Hansen 에어브러시 바디페인팅). 열거하기도 힘들고, 급수 헤아리기도 바쁘다. 1년을 휴학하며 이뤄낸 성과였다.

다양한 현장체험

직접 몸으로 체험한 후 가르치는 일과 단지 이론적인 공부만을 하고 가르치는 일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의 실감나는 일화를 학생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야 했다. 그래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틈틈이 웨딩숍, 피부관리숍, 방송국 분장실 등의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는 힘들어서 거의 매일 울다시피 했다. 학교 셔틀버스를 보고 저절로 눈물이 흐른 적도 있었다. 자격증을 열심히 취득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공부 더 하고 오라는 소리도 수없이 들었다. 연습벌레가 된 계기가 됐다.

최종 목표를 향해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실기는 뛰어난데 이론엔 약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개개인마다 다른 피부의 건강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복학을 하고 졸업을 앞 둔 정현양은 내년부터는 부천sbs방송아카데미 뷰티스쿨에서 피부관리강사로 일하게 됐다.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도 계속할 생각이다. 모교인 호서대 교수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스물 넷, 꿈을 향한 정현씨의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홍정선 객원기자

◆한방화장품과학과=화장품 제조와 관련된 학과다. 화장품 성분의 분석과 제조, 피부조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등 실험 위주의 수업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쓰고 있는 화장품을 가져와서 제품의 성분표를 보면서 똑같이 만들어보는 수업도 한다.

김정현씨의 건강한 피부를 위한 한마디

화장품은 화학성분 덩어리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화장품도 많이 쓰면 독이 된다. 피부가 건조하면 무조건 많이 바르는데, 적당량의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 좋다. 모공의 크기는 화장품을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화장품을 많이 바르게 되면 피부는 무거워서 쳐지게 된다. 주름이 생기게 된다. 흡수가 안 돼 얼굴에 유분이 남게 되면, 외부의 먼지가 피부에 달라붙고 세균 번식도 잘 된다.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생기는 원인이 된다. 비타민도 일일 권장량이 있는 것처럼 화장품도 일일 권장량이 있다. 피부관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되도록 화장품을 적게 바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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