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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현대전자라도 팔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사태가 쉽게 풀리지 않자 '알짜배기인 현대전자라도 팔아 해결하라' 는 목소리가 채권단 주변에서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 라며 펄쩍 뛰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인데 전자를 매각해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며 "각 기업이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마당에 설사 이를 판다 해도 이번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고 주장했다.

현대전자를 매각할 경우 대주주인 현대상선.현대중공업의 돈이 돼 현대건설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현대전자는 현대상선이 9.86%, 현대중공업이 9.36%의 지분을 갖고 있고, 정몽헌 회장은 개인적으로 1.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에서는 비공식적으로 "현대에서 유일하게 돈이 될 수 있는 물건이 현대전자" 라며 "현대전자를 내놓아야 그룹 전체의 유동성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전자를 판다면 1백억달러 안팎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반도체 부문 경쟁이 치열한 대만 기업이 관심을 가질 경우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산업의 특성상 해마다 수조원씩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바에야 매각하는 게 현대전자도, 그룹도 함께 사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무리하게 인수한 점에도 현대사태의 뿌리가 있다며 이른바 '역빅딜' 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대는 지난해 주식양수도 대금으로 LG에 2조5천6백억원을 주기로 하고 1조5천억원을 계약금으로 주었으며, 6개월마다 2천억원씩 납부하기로 돼 있어 아직 8천억원의 잔금이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전자는 부채도 8조5천억원을 안고 있다.

그러나 현대전자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매출이 4조4천억원에 이른다" 며 "몇천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장사해서 이자도 못치를 정도는 아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현대 관계자는 "현대전자는 정몽헌 회장이 현대의 미래 핵심업종으로 애정을 갖고 있는 사업이라 이를 판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고 말했다.

鄭회장은 1984년부터 현대전자를 맡아왔는데 지난 5월 31일 3부자 동반퇴진 선언 이후 대표이사로 있던 현대전자의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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