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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해피 톡톡] 내가 뽑은 올해의 명대사, 최고의 유행어는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김정수
행복동행 에디터
가천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19일 전해진 김정일 사망 소식에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들이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아이에게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핀잔을 줬더니, “뉴스에서도 다들 그러잖아. 난 12년 밖에 못 살았는데 하고 싶은 것도 다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하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겁니다.

처음엔 어이가 없어 막 웃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얼른 표정을 바꾸고 차근차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네 걱정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한다고 해서 남북관계나 북한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느냐, 행여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해도 이렇게 울면서 시간을 허비한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 밥도 맛있게 먹고 엄마·아빠와 최대한 행복하게 보내야 나중에 후회가 없지 않겠느냐….

사실 그건 아이에게만 한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제 스스로 다시 한번 다짐한 겁니다. 하루 하루가 삶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지난 10월 초 사망한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는 말,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지금 하려는 일을 하고 싶을까?)”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 까닭입니다.

이번 주 종영한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도 조금 다른 듯하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던 젊은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말합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생각날 때 또 할래.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그걸 보며 깨달았습니다. 후회없는 삶을 위해 내가 지금 이 순간 또 잊지 말아야 할 일, 그건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것임을―.

올 한 해 ‘행복동행’ 섹션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면서, 전 내내 행복했습니다.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매번 지면을 가득 채우면서 세상은 따뜻한 곳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처 많은 이들이 그 따뜻한 손길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미소를 찾는 모습을 보며 저도 흐뭇했습니다. 이번 호에 소개한 스위스 출신의 간호사 마가렛 닝게토, 호스피스 박영자씨, 1% 나눔을 실천하는 김천중씨는 또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요.

제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졌네요. 어쨌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잊지않고 여러분께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겁니다. 분위기를 확 바꿔 ‘개콘’ 버전으로 해볼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행복동행 감사합니다~”

  김정수 행복동행 에디터·가천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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