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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영업정지 땐 ‘5000억 서민대출 공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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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입니다. 대부업체에서 300만원 정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매달 급할 때 50만원 정도 빌렸다 갚곤 하지요. 그런데 이제는 대부업체도 모자라서 사채업자까지 찾아봐야 하는 건가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네요. 이제 애가 탈 대로 다 탔습니다.”

 한 인터넷 대부업체 카페에 나온 내용이다. 대형 대부업체가 무더기로 영업정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부업체를 이용해 급전을 구하려던 서민의 자금 조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서울 강남구청은 20일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 산와대부, 미즈사랑대부, 원캐싱 대부 등 4개 업체에 영업정지 명령을 담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내년 초 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신규·추가 대출은 전면 중지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개 대부업체의 고객은 모두 115만6000명, 대부잔액은 3조5677억원에 달한다. 4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47%나 된다. 대부업체 고객 중 60%는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등급 7~10등급에 속한다.

 양일남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실 팀장은 ”이들이 6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5000억원 정도의 신규대출 공백이 생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대출일 경우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통해 흡수할 수 있을 만한 규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에서 이 같은 대출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8등급 이하의 고객층은 저축은행에도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솔로몬·현대스위스·HK·신라저축은행 등이 주로 소액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으며 전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11조원가량 된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업계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계는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현재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중소형 대부업체에서의 대출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고금리를 적용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영업정지 대부업체의 고객 일부는 불법 사채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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