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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열차서 사망" 北발표, 알고보니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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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원세훈 국정원장

원세훈 국정원장이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시점으로 발표한 17일 오전 8시30분엔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평양 용성역에 정차(停車) 중이던 상태였다”고 보고했다고 복수의 여야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원 원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 당시 전용 열차의 동선(動線)이 어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 원장은 “김 위원장이 15일 현지 지도를 비롯해 여러 행사가 있어서 열차의 동선을 확인했지만 16, 17일 이틀간은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했다”고 한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대기 중인 열차’ 혹은 ‘제3의 장소’에서 숨을 거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열차 [사진=중앙포토]

다만 원 원장은 “김 위원장이 어디에 가려고 열차에 타자마자 사망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회의에서 한 여당 정보위원이 “김 위원장이 16일 밤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들어봤느냐”고 묻자 원 원장은 “정보 수준은 아니고 그런 첩보도 보고는 받았지만 진위를 확인할 순 없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북한 호위사령부 출신인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은 이날 “중국을 통해 북한 고위 소식통과 접촉한 결과 김 위원장은 12월 16일 오후 8시쯤 사망했으며 사망 장소도 열차가 아니라 평양의 관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12월 20일자 노동신문 1면.

그러나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부대·공장 방문 같은 현지지도를 강행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영원한 우리의 김정일 동지’라는 제목의 이날 자 정론(정치논설)에서 “전체 의료진이 눈물을 씹으며 강행군을 삼가 달라고 그토록 진정을 아뢰었지만 (김정일이) ‘의사 선생들, 정말 미안하오. 나는 동무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 없구먼. 동무들이 복종해줘야겠소’라며 현지지도의 길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김정일의 당시 건강상태와 관련해 “노고로 침습한 무거운 병상태”라고 전했다. 북한이 김정일 사망 발표(19일) 이후 그의 병세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은 “한밤을 꼬박 새우시고 이른 아침 병사들과 인민들을 찾아가시던 강행군 현지지도의 길에서 뜻밖의 청천벽력같이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해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가던 중 사망한 점을 다시 확인했다. 김정일의 마지막 공개 활동내용도 보도했다. 15일 평양에 있는 하나음악정보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수십 년 동안 수집한 음악작품들을 모두 보내주겠으니 인민들이 널리 이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정하·이영종 기자

김정일 열차, 사망 시각 용성역 정차 중
노동신문은 “김정일, 의료진 만류에도 강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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