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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재일교포 무용수 고영희가 생모…어린 시절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 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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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영희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자에서 북한 ‘최고통치자’가 된 김정은(27)은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공개석상에 처음 등장했다. 그 하루 전 북한군 대장 지위도 부여받았다. 그는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기 이전 주민들로부터 ‘청년대장’으로 불렸다.

공식 등장 이후 김정은은 김정일의 군부대·공장 방문 등 이른바 현지지도에 동행하면서 후계수업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김정은의 ‘은덕’을 의미하는 ‘대장복(大將福)’이란 비석이 평양 시내에 등장했고, 10월에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김정은을 ‘존경하는 동지’로 찬양하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1년 새 후계자 지위 구축이 가속화한 셈이다.

 김정은은 1984년 1월 8일생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영희(2004년 사망)와 김정일 사이에 태어난 김정은은 어린 시절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유학했다. 정확한 평양 귀환 시점이나 이후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후계 관련 주민교양 과정에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했다고 밝히고 있다. ‘포사격에 능하다’는 선전을 내놓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직전 해당 부대인 북한군 4군단(당시 군단장 김격식)을 방문한 걸 두고 후계 구축 정당화 작업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김정일의 건강 문제가 심각해진 2008년 여름 이후다. 후계자로 낙점된 건 두 형의 잇따른 낙마 때문이다. 당초 영화배우 출신 성혜림(2002년 사망)과 사이에 낳은 장남 김정남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2001년 5월 일본 밀입국 사실이 들통나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 김정은의 친형인 정철도 건강 문제가 있는 데다 해외에서의 공연 관람 등 튀는 행동이 서방 언론에 보도되면서 밀렸다.

 막내인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건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했고 이에 대비한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3년간 평양에 머물며 김정일의 요리사 역할을 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아들은 김정은”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앞에서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발언을 했고 혁명계승의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써 후계자 지위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는 전언도 있다. 농구를 좋아했던 김정은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을 불러 경기 결과를 분석하는 ‘총화’(결산회의)를 한 뒤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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