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주에 흐르는 관람료 1000원 클래식 선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13일 저녁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공주문예회관에서 클래식 공연 봉사 단체인 ‘프리마 앙상블’이 공주시민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도시 시민이나 재소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13일 오후 7시 30분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공주문예회관. 관람석(180석)을 가득 메운 지역 주민들은 연주 단체 ‘프리마 앙상블(Prima Ensemble)’의 공연을 기다렸다. 하지만 무대 위에는 악단 대신 파워포인트 화면이 나타났다. 파워포인트에는 김연아 선수가 아이스 스케이팅을 하는 장면이 보였다. 파워포인트 설명은 대전지법 장동혁(42) 판사가 맡았다.

 “김연아 선수의 갈라 쇼 연기 배경음악은 타이스 명상곡입니다. 오페라 ‘타이스’ 중 2막 1장과 2장 사이에 나오는 간주곡을 ‘타이스 명상곡’이라고 하죠.” 장 판사의 해설이 끝나고 나서야 프리마 앙상블 단원 6명이 무대에 등장했다.

‘프리마 앙상블’ 단원들이 13일 공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대전지법 장동혁 판사, 양선원(첼로), 유재원·김선희(이상 바이올린), 유지녕(피아노), 김형석(비올라), 성백춘(더블베이스·단장).

 이날 음악회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곡은 반드시 해설을 한 뒤 연주됐다. 음악의 배경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음악해설가는 음악 전문가가 아닌 현직 판사였다. 프리마 앙상블의 성백춘(36) 단장은 “시민들에게 낯선 클래식 음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같은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객 이경숙씨는 “생소하게 여겼던 클래식 음악을 이렇게 재미있게 즐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프리마 앙상블은 공주문예회관에서 올해 들어 이날까지 8번 공연했다. 문화의 불모지인 공주(인구 12만명) 시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프리마 앙상블 단원은 성백춘 단장을 주축으로 2009년 2월 구성됐다. 충남교향악단 단원 또는 대학교수 등으로 활동 중인 이들은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연주하고 있다. 성 단장은 “음악으로 나눔을 실천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음악인들이 뜻을 모아 만든 악단”이라고 말했다.

 프리마 앙상블은 공주 문예회관 공연 관람료로 1000원만 받았다. 공연시간에 가동하는 전기료를 내기 위해서다. 공연 홍보물 제작 등 공연 준비에 필요한 비용(회당 400여 만원)은 공주시청에서 후원했다.

 프리마 앙상블은 이와 별도로 올 한 해 동안 전국 교도소와 소년원에서 무료 공연을 10차례 했다. 단원인 양선원(42·첼로)씨는 “클래식 음악이 불안한 재소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교도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마 앙상블과 장동혁 판사는 교도소 공연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소년원이나 교도소에서 재소자를 상대로 3차례 정도 강연을 한 장 판사가 올해 초 프리마 앙상블 연주회를 접한 뒤 도우미를 자처한 것이다. 장동혁 판사는 “비전문가가 음악을 해설하면 관객들이 더 흥미를 느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 판사는 프리마 앙상블의 교도소 음악회에도 동행해 해설을 맡았다. 공주문예회관 공연에도 대부분 참여했다. 성 단장은 “내년부터 충남 지역 곳곳을 찾아 다니며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연주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