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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뛰어든 프로호로프 “난 푸틴 2중대 아니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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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 3월의 러시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미하일 프로호로프(앞쪽)가 2009년 11월 27일 프랑스 랑부예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프랑스 경제협력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랑부예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 맞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미하일 프로호로프(Mikhail Prokhorov·46)는 1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당선 후 첫 임무로는 “전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Mikhail Khodorkovsky·48) 사면”을 꼽았다.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현재 6년인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단축하고 주지사 직선제를 부활 시키겠다”는 그의 공약을 보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푸틴 총리의 즉각적인 반응이다. 푸틴 총리는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호도르콥스키가 죄를 인정하고 사면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 호도르콥스키를 ‘도둑(thief)’이라 칭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향적 자세다. “(프로호로프는) 위협적인 라이벌”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때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 회장으로 러시아 최고 재벌이었던 호도르콥스키는 2003년 사기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돼 8년형을 선고받았다. 자회사에서 2억t 이상의 석유를 훔쳐 팔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지난해 추가로 6년형을 선고받자, 적수인 호도르콥스키를 2012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푸틴이 꼼수를 부렸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호로프가 야당 탄압의 상징이 된 호도르콥스키 사면을 제1공약으로 내세우자, 올리가르히(신흥재벌)를 싫어하는 러시아 국민도 그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프로호로프는 미국 NBC 농구팀 뉴저지 네츠의 구단주를 맡고 있는 러시아 3대 재벌이기도 하다.

 하지만 크렘린궁의 지시를 받고 대선에 뛰어들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올리가르히 자체가 소련 붕괴 이후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성장했고, 프로호로프가 9월까지는 친(親)크렘린계 정당 ‘올바른 일(Right Cause)’의 대표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위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중산층과 청년층의 표를 흡수할 수 있는 대항마를 스스로 지목했다는 설이다.

 이에 대해 프로호로프는 14일 “크렘린은 결코 나를 이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하루 앞서 친정부 성향 언론 속에서 별도 언로를 마련하기 위해 일간지·시사주간지 등을 발행하는 출판사 코메르산트 매입을 시도했으나 사주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프로호로프는 “4일 치러진 총선은 부정선거였다”며 24일로 예정된 반(反)푸틴 집회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 혔다.

 한편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VTsIOM)’이 1600명을 대상으로 총선 이후 처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푸틴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51%를 기록했고, 차기 대선에서 푸틴 총리를 찍겠다는 응답자는 42%에 그쳤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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