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WTO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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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러시아가 16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1993년 가입을 신청한 이후 18년 만이다. 러시아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8차 WTO 각료회의에서 가입문서에 서명, 154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유일하게 WTO에 참여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가입은 중국이 회원국이 된 지 10년 만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러시아의 가입으로 WTO는 세계무역의 99%를 관장하게 됐다.

 러시아 의회는 내년 6월 15일 이전까지 WTO 가입을 비준해야 한다. 비준 30일 후 러시아는 정식 회원국이 된다. 이후 관세 인하와 서비스 부문 개방 등을 위한 이행기를 5~7년 갖는다. 앞서 지난달 10일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최종 실무그룹 회의에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6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실무그룹은 러시아의 가입서류들을 예비 승인했었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WTO 가입으로 러시아 경제 규모가 중기적으로는 약 3.3%, 장기적으로는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U는 러시아의 WTO 가입으로 매년 40억 유로에 달하는 수출 증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원유와 가스 등의 수입이 용이해질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대러시아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는 11번째로 큰 한국 수출시장으로, 수출액은 약 100억 달러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WTO 가입으로 관세가 낮아지면 대러 수출이 연간 최소 3000만~4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또 러시아는 WTO 가입 이후 원유, 가스, 유연탄, 고철 등 700여 개 자원 관련 품목 수출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러 주요 수입품인 자원 수입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도 기대된다. 러시아 경제 전반이 투명해지고 예측 가능해짐에 따라 우리 기업의 대러 투자와 사업환경도 개선될 전망이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 브뤼셀에서 헤르만 반롬푀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러시아·EU 정상회의를 연 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재정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100억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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