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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벤처 현장을 가다] 下. 거대한 인터넷 시장

중앙일보

입력

[베이징〓홍승일 기자]대한상공회의소 중국 벤처시장 조사단은 중국 방문 이틀째인 지난달 27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고 놀랐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지난해말 8백90만명에서 6월 말 현재 1천6백90만명으로 6개월만에 두배로 증가해 한국(1천5백만명 추산)을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 추세라면 2005년께 세계 최대인 미국의 인터넷 인구를 추월할 전망이다.

배우성 e차이나센터 대표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각종 경제 장벽이 낮아져 중국은 전 세계 정보통신(IT)업체의 각축장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이 크다는 점만 생각하고 섣불리 덤볐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조사단은 ▶첨단산업에 관한 법령.제도가 미흡한데다▶통신.물류망 및 e-비즈니스 인프라가 부족하고▶투명하지 않은 비즈니스 관행 등이 걸림돌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 무한한 잠재시장〓중국 정부는 인터넷.하이테크 분야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정책 벤처' 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하순봉 과장은 "중국 최고의 공과대학인 베이징 칭화(淸華)대의 경우 아예 학교가 직접 여러 벤처기업을 설립.운영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고 말했다.

조사단에 낀 인터넷 기업들은 "2~3년 안에 한국의 정보통신(IT)기술을 따라잡을 만한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 고 입을 모았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관리위원회의 샤잉치 박사(부주임)는 "중관춘은 지역 안에 베이징대.칭화대 등 68개 일류 대학과 2백13개 첨단분야 연구소에서 배출한 50만명의 고급 인력이 자랑거리" 라며 "우리 목표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따라잡는 것" 이라고 말했다.

◇ 사업 기회 많다〓컴퓨터.정보통신 장비업체인 텔레&피아의 유재광 사장은 "한국보다 뒤떨어져 보이는 인터넷 솔루션.장비 쪽을 공략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광케이블 설계업체인 삼성오피스컴퓨터의 김한기 사장은 "광케이블 연장이 96만㎞ 정도여서 앞으로 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선전(深□)의 한국 전자부품업체인 광성전자의 오원식 총경리(지사장)는 "경쟁이 치열한 베이징.상하이 대신 남부의 선전.광저우를 눈여겨 봐야 한다" 고 강조했다. 중국 인터넷사업의 발원지인데다 홍콩과 가까워 새로운 e-비즈니스 모델의 실험무대로 적합하다는 것.

오세웅 LG투자증권 벤처사업본부장은 "베이징에 있는 13개 벤처 창업보육센터는 대부분 값싼 임대료를 받고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 같다" 면서 "자금조달.경영컨설팅.기술지도 같은 소프트쪽 지원이 한국 업체의 몫" 이라고 분석했다.

이칠수 한국휴먼컴퓨터 사장은 "특히 제2의 홍콩을 지향하는 상하이는 대외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어 무역자동화시스템(EDI)분야에서 기회가 많을 것 같다" 고 예상했다.

◇ 부족한 벤처사업 인프라〓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사단은 "인터넷 전용선이 턱없이 부족하고 접속 속도가 크게 떨어져 한국 업체들이 관심을 쏟는 PC방 체인이나 쇼핑몰 사업 등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 고 지적했다.

김선민 이마트 상하이 지점장은 "전자상거래를 도모하는 한국 업체들은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이 매우 낮고 전자결제시스템이 미흡하며 대도시간 물류배송 체계도 취약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 말했다.

벤처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나스닥에 해당하는 '차스닥' 증권시장을 베이징에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 네오플럭스캐피탈의 박태원 투자2팀장은 "코스닥처럼 벤처투자에 따른 자본이득을 빠른 시일 안에 남길 수단이 없는데다 과실송금 절차도 까다롭다" 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 임동성 벤처팀장은 "벤처자금이 주로 정부기금에서 나와 벤처 캐피털에 대한 관념이 아직 희박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조사단의 중국시찰 내용 문의는 e차이나센터(02-3453-8870)또는 대한상의 아주협력팀(02-316-3544)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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