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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때 역발상 … 정년 연장으로 기업 성장 한계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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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은 14일 “정년 연장으로 당장은 5년간 130억원 정도의 추가 임금 부담이 생기지만 결국은 기업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모든 직원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기로 한 홈플러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격적인 정년 연장 정책으로 수혜를 보게 될 홈플러스 임직원만 2만1000명에 달한다. 다른 기업들이 내년도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을 우려해 고용을 축소하거나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것을 감안하면 역발상적인 고용 정책인 셈이다. 홈플러스 이승한(65) 회장은 14일 “고용이 안정된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라며 “유통업계의 성장률이 한계에 부닥쳤다지만 우리는 더 높은 성장을 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향후 5년간 2000여 명이 정년 연장 혜택을 보고 이들의 임금으로 약 130억원 정도의 부담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직원들 정년을 5년간 연장한 이유는.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보듯 어느 나라든 계층 간에 심한 빈부격차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매출을 올리는 데만 드라이브를 걸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는 좋은 평판을 얻을 수도 없고, 더 높은 성장을 구가하기도 힘든 시대가 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차원에서 정년 연장을 결정했다. 또 100세를 사는 시대에 55세는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 아닌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을 갖고 있는데 퇴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홈플러스에는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나.

 “직원들이 이번 결정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더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을 테고 생산성도 높아지지 않겠나. 또 숙련된 직원이 퇴사하면 서비스 공백이 생기게 마련이다. 신규 채용을 하지만 교육비용이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숙련된 직원이 계속 근무하는 게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임금 부분의 부담도 있지 않나.

 “당연히 기업엔 비용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게 경영자의 역할이다. 임금 부담이 높아지지만 직원들 사기를 끌어올려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시키는 게 내 임무다. 나는 정년 연장이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부머들이 가장 반기고 있다.

 “우린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결정이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는 불씨 같은 역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진국은 다른 것 필요 없다. 고용 창출 잘하고 고용이 안정돼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고용이 안정돼야 또 사회가 안정된다. 기업들이 앞장서서 고령자를 위해 풀타임이 아니라도 플렉서블(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고민을 자꾸 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고령자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고 있나.

 “2008년부터 만 50~65세 남녀를 대상으로 실버 채용을 진행해 왔다. 올해까지 모두 1880여 명을 고용했다. 모두들 일을 열심히 하신다. 또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로 고령자 일자리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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