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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보다 더 리얼 … 전쟁영화 정점 찍은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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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숙명적인 라이벌인 두 주인공 김준식(장동건·왼쪽)과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는 두 번이나 군복을 바꿔입으며 노르망디 해변에까지 이른다.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을 함께 겪으며 둘 간의 적의는 우정으로 바뀐다.

7년 전 ‘태극기 휘날리며’로 1000만 관객 신화를 기록했던 강제규(49·사진) 감독이 또 다른 전쟁영화 ‘마이웨이’로 돌아왔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280억원)를 들인 대작답게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전작보다 훨씬 스펙터클하다.

 145분의 러닝타임 동안 노몬한 전투(일본vs소련), 독소전(독일vs소련), 노르망디 해전(독일vs연합군) 등 2차 세계대전의 굵직한 전투장면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피와 살점이 튀는 리얼한 연출 때문에 객석까지 화약냄새가 밀려오는 듯 하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때문에 장동건(한국)·오다기리 조(일본)·판빙빙(중국) 등 각국 대표배우도 출동했다.

 영화는 숙명의 라이벌인 조선인 김준식(장동건)과 일본인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가 2차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군과 소련군, 독일군으로 군복을 바꿔 입으며 노르망디 해변까지 이르는 1만2000㎞의 험난한 여정을 그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 차례 넘기며 두 청년의 적의가 우정으로 바뀌어간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전투신이 압권이다. 이처럼 장대하고 리얼한 장면을 충무로가 다시 빚어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적이었던 두 주인공이 우정을 나누기까지의 과정에 쉽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스펙터클한 포화에 드라마가 묻혔다’는 평도 나온다.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강 감독에게 아쉬운 점을 먼저 물었다.

노르망디 해변에서 미군에 독일군 포로로 잡힌 한국인 사진. 조선에서 소련·독일을 거쳐 노르망디까지 이르게 됐다는 그의 증언이 영화의 모티프가 됐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비해 몰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형제의 얘기라서 감성적으로 접근하기 쉬웠다. 이번에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었다.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전작들에는 감정의 과잉이 있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발가벗겨진 두 청년이 인간을 이해하는 관용을 갖게 된다는 점, 그런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다. 휴먼스토리가 아쉬울 수 있겠지만 소통과 화합이라는 의미를 살렸다고 본다.”

 -가장 무게중심을 뒀던 부분은.

 “두 주인공의 여정에서 보여지는 전투와 전쟁을 드라마틱하고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 스스로 전쟁 스펙터클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노르망디 해전의 경우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더 리얼하다. 별도의 영화를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별도팀을 만들기도 했다. 촬영현장은 전쟁보다 더 전쟁 같았다.”

 -노르망디 신 촬영시 힘들었던 점은.

 “노르망디 신만 라트비아의 울말래 해변에서 찍었고 나머지 전투신은 새만금에서 촬영했다. 울말래 해변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는데 문화·생태 보호지역이어서 촬영허가가 나지 않았다. 라트비아 환경장관에게 ‘태극기 휘날리며’ DVD를 보여줬더니 촬영을 허락해줬다.”

 -김준식보다 타츠오 캐릭터가 더 돋보인다.

 “김준식은 마라톤에 대한 집념 하나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시대 상황과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런 바위 같은 존재여서 심리 변화를 읽을 수 없다. 반면 타츠오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끊임없이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입체적인 캐릭터여서 돋보일 것이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를 선택한 이유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놓고 장동건과 함께 고민했다. ‘준식이라는 인물의 굳건함이 너와 닮았다’고 설득했다. 오다기리 조의 눈빛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장동건과 훌륭한 조합이 될 거라 생각했다. 오다기리가 ‘4차원’ 배우라는 소문에 긴장했는데 스태프와의 관계도 좋았다. 섬세하고 계산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다.”

 -외국배우와 촬영하며 힘들었던 점은.

 “다른 제작시스템을 가진 외국 배우들과 일하기 쉽지 않았다. 일본군 장교로 나오는 오다기리가 말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다치지 않아 계속 촬영했는데 나중에 ‘안전 보장 없이는 계속 촬영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우리에게는 별일 아닌데 그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장 사정 때문에 배우가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오다기리는 처음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쉬웠던 부분은.

 “예산 때문에 노르망디 신에서 토치카 폭발장면을 찍지 못했다.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군 외인부대 출정식 장면도 마찬가지다.”

 -‘마이웨이’라는 타이틀을 고집한 이유는.

 “라이벌 마라토너였던 두 청년이 시대에 휘말려 원치 않는 길을 함께 가게 됐다. 그들의 여정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가 마이웨이라고 생각했다.”

 -차기작에 대한 구상은.

 “이제는 정말로 전쟁영화 안 할 거다. ‘태극기 휘날리며’ 때도 안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정말 안 할 거다.” (웃음)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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