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뮤니티 공화국’의 새로운 도발자

중앙일보

입력

예상치 못한 성공. ''아이러브스쿨''(http://www.iloveschool.co.kr)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이러브스쿨은 전국의 초, 중, 고, 대학교의 졸업생과 재학생 대상의 모교후원 인터넷 동문회이다. 닷컴 기업들이 수익모델로 휘청대는 요즘 커뮤니티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야후, 다음, 라이코스에 이어 국내 4위를 차지한 알렉사 순위는 분명 의미 있다.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러브스쿨 김영삼 사장(32)에게 물어봐야 겠다.

작은 차이 모여 큰 인기 거둬

“아이러브스쿨의 인기비결은 방문 목적에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데 있습니다. 동문회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는 핵심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한 것이지요.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동문회 사이트를 한곳에 모으고 어릴적 헤어진 선생님이나 급우 등 그리운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회원들의 활동에 따른 수익금을 본인이 지정한 모교에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등 아이러브스쿨을 찾는 이유를 분명히 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것이 인기비결의 다 일까라는 기자의 의구심을 알아차린 듯 김 사장은 자연스럽게 아이러브스쿨을 평가하고 나섰다.

“대개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새로운 회원유치에 급급해 기존 회원에 대한 배려가 소홀했습니다. 기존 고객보다는 신규 가입회원 1000번째 회원에게 OOO상품을 지급하는 식이었지요. 하지만 저희는 오히려 기존 회원을 더욱 우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사람사이의 관계와 정이 생명인데 사행심만을 조장할 수 있는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거두리라 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저희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소문을 많이 내준 것이라 봅니다.”

“김 사장 돈 좀 버셨군요”

1999년 7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경영정보공학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공부하는 김 사장은 모 커뮤니티 사이트로부터 자문을 의뢰 받았다. 김 사장은 ‘동문회 사이트’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미 동문회 관련 사이트들이 많아 후발주자로서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김 사장은 오기가 생겼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자신의 신념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 보자는 생각으로 돌연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김 사장은 친구 2명과 함께 각각 50만원씩을 투자해 서버구입과 도메인 등록비용을 마련 그해 9월 4일 임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트를 오픈 할 당시만 해도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사실 사이트를 오픈하고서도 자금상 어려움으로 교육부에 기증할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된다’는 확신만은 분명했지요.”

결국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녔다. 하지만 돈을 투자 받는 데도 김 사장은 나름의 철학을 세웠다. 절대로 개인투자자의 돈은 받지 않기로 작심한 것. 쉽게 받은 돈은 쉽게 나간다는 생각에서다. 사이트를 잘 알고 지속적인 후원과 파트너 관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투명한 돈이 필요했다.

커뮤니티는 무엇보다도 투명한 기업 투명한 사이트여야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아버지로부터 투자 받은 3천만원이 개인투자자로서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이미 갚아버렸다. 그런 그에게 개인투자자들의 유혹은 더욱 컸다.

당시 직원이라고 해봐야 개발자, 디자이너 포함 3명에 불과했지만 사무실 운영과 직원들 월급, 사이트 관리를 위해서 투자는 더욱 절실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회사설립부터 지금까지 옮긴 사무실만 5군데나 된다. 특히 국내 굴지의 캐피털에서 액면가의 90배인 3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의는 엄청난 유혹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개인 투자 자격이라 어렵게 거절했다.

“김 사장 돈 좀 버셨군요”

소신껏 투자를 거절 할 때면 늘 들려오는 말들이 귓가를 맴돈다.

국민 사이트가 꿈

지난달 13일을 전후해 아이러브스쿨 사이트의 방명록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갑자기 폭증한 회원수로 아이러브스쿨 ‘등교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자 회원들과 신규가입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지난 2월 어렵게 투자 받은 10억원 가운데 대부분이 장비투자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아이러브스쿨의 서버가 총 27대에 회선은 1기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이트에 한번 접속 하기위해서는 정말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아이러브스쿨의 현재 회원수는 250만명이다. 지난 5월 30만명에 불과한 회원수는 6월달의 70만명에서 7월에는 250만명으로 늘었다. 손쓸 겨를도 없이 폭발한 것이다. 지금은 동시접속자수만 5만명 수준이다. 아무리 서버를 늘리고 트래픽을 분산시켜도 밀려오는 회원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이를 위해 아이러브스쿨은 오는 8월말까지 1천만 회원을 소화할 수 있는 네트웍 시스템과 서버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사이트가 좋아도 기본적인 접속에서부터 속도가 뒷받쳐주지 못하면 모든게 헛일이라는 위기 때문이다.

“사업은 예측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대처하는 것은 가장 최악이죠. 그때는 이미 늦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원수에 있어서 올 연말까지 50만명으로 예상한 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 지금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지금 새로운 예측을 놓고 고민중이다. 현재 아이러브스쿨의 회원 가운데 20대 초반이 차지하는 비율이 47%에 육박한다. 생동감 있고 능동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사이트가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고립될 경우 더 이상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저희 사이트의 가장 큰 과제는 30대 이상의 네티즌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젊을때야 사회적 신분의 격차가 크지 않아 만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그 이후는 만남 자체가 한정적이고 부자연스럽습니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는 것이 저희들의 첫번째 과제입니다. 또 250만명의 회원들이라면 이미 만날 사람들은 거의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방문목적을 달성해버린 회원들을 어떻게 유지하고 재방문을 이끌어 낼것인지가 저희의 두번째 과제입니다.”

30대 이후의 네티즌들도 거리낌없이 애용하는 ‘국민사이트’를 만드는게 꿈인 김 영삼 사장. 그의 새로운 도발이 기대된다.

약 력

1968년 서울출생
1987년 경성고등학교
1993년 홍익대학교 산업공학 학사
1995년 한국과학기술원 경영정보공학 석사
2000년 현 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현 모교사랑 대표이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