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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쫓는 공포사이트 모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마다 여름이면 ‘전설 따라 삼천리’ 식의 유령 이야기에서 시작, 드라큘라 시리즈 등의 납량 시리즈가 인기를 끈다. 열대야로 잠못 드는 이 여름 밤,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 안에서 춤추는 유령의 흔적을 찾아본다.

엽기적 사진에서 괴기스런 음성까지

열대야가 계속되는 여름 밤. 잠을 못 이루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던 22살의 여자 김 아무개씨. 목이 말라 방안의 전등도 켜지 않은 채 주방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의 조명은 푸른 빛을 내며 거실까지 어슴푸레하게 밝혔다. 등 뒤로 누군가가 머리카락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다 봤으나, 절벽처럼 버티고 선 암흑 뿐. 병째로 한 모금 물을 마시느라 고개를 드는 순간, 천장 위로 길게 드리워진 긴 그림자 하나. 그림자였지만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모습에는 피를 머금은 붉은 입술과 푸른 눈빛, 그리고 길게 자란 손톱들. 그림자의 한 쪽 손은 김 아무개씨의 목을 차츰 졸라오고 있었다. ‘흐흐흐흐’ 들려오는 여인의 곡성과 함께 퍼지는 음성.

“당신의 뒤를 조심하세요.”

곽대리가 귀신 사이트를 서핑 하다 문득 멈출 수밖에 없던 이야기다. 온몸에 오싹 끼쳐오는 소름으로 장맛비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후텁지근함이 한 순간에 식는 듯했다. 어두운 밤 컴퓨터 모니터가 뿜어내는 푸른 빛이 마치 귀곡산장의 귀기(鬼氣)처럼 느껴지는 밤이다.

여전히 덥다. 이만큼 찌는 더위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식혀야 산다. 쉽게 피서를 떠날 처지도 안 되는 만큼 가만히 앉아서라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동원해야 한다. 전설 따라 삼천리든 드라큘라든 목 없는 미녀든 오싹할 정도의 공포라면 다 좋다.

곽대리가 공포 사이트로의 웹 서핑을 시작한 것은 보험 고객들을 상대로 보내는 메일링 서비스에서 이 계절에 맞는 내용을 보내기 위함이다. 고객들 역시 이 무더위로 잠 못 드는 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상상하다가 떠올린 것이 공포 사이트로의 서핑이었다.

이들 공포 사이트의 공통된 특징은 공포심을 자아내는 괴기한 사진에서부터 때로는 비위가 상할 정도의 엽기적인 사진들까지 이미지를 다양하게 담고 있다는 것. 게다가 적당히 사운드 파일까지 첨부해 한여름 밤,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귀신의 음성을 듣는 스릴 넘치는 공포 체험이 될 것이다.

18세 미만, 혹은 임산부·심약자 등이 접근해서는 안될 서핑은 아니지만, 웹 서핑 도중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부탁하건대 심약한 사람은 글로 만족하기 바란다.

▼웹진 귀신딴지 http://www.ddangi.com/

한 마디로 재미있는 사이트다. 귀신 이야기에서부터 사후 세계, 미스터리, 괴물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관련 이미지와 함께 다양하게 모아놓은 곳. 리스트를 따라 메뉴에 접속해 보면 다양한 귀신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있는 저주받은 물건들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가 하면, 귀신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귀신이 나타나는 흉가 이야기’ 따위 등 귀신 이야기의 종합물이라 할 수 있다. 공포, 미스터리와 관계되는 세계 각지의 소식들을 기사 형식으로 뉴스 클리핑 하고 있어서 현실감 있는 공포를 즐길 수 있다. 유령이나 공포 이야기의 맹점 가운데 하나인 허무맹랑함을 극복할 수 있는 장치로서 효과적일 터.

▼웹진 미스테리 http://www.fortunecity.com/business/kluge/953/

정녕 귀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귀신은 어떤 유형인가. 또 실제로 귀신을 만나거나 경험한 일은 어떠한가. 이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 귀신 이야기에서부터 UFO, 세계의 불가사의 등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귀신과 유령을 통해 느끼는 비현실적 공포가 있는가 하면, 현실 세계의 불가사의한 현상을 놓고 갖가지 추측과 그에 얽힌 이야기에서 느끼는 현실적 공포가 있다. 귀신을 실제 체험했다는 황당한 이야기와 파라오의 저주로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절히 조합되면, 공포는 현실인지 상상의 세계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이 사이트에서는 그 양쪽의 공포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독자들의 무더위를 앗아간다.

▼공글모 http://i.am/gongulmo

공글모는 ‘공포스런 글들의 모임’을 줄인 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먼저 괴기스러운 귀신의 음성을 듣게 된다. 시작부터 음산한 분위기. 귀신이 자주 출현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진 미국의 윌라드 도서관, 미국 오레건 주의 공동묘지 벽 등을 24시간 생중계하는 귀신 라이브 카메라 사이트를 링크해 두었다. 이와 함께 2차대전 때 죽은 사람들의 음성이라든가, 시추 도중 우연히 녹음된 지옥의 소리 등을 오디오 파일로 제공, 소리를 통한 공포감을 즐길 수 있다. 게시판과 시간여행 등의 메뉴에는 독자들이 겪었거나 전해 들은 귀신 이야기를 올려놓을 수 있다. 또 귀신과 관련한 갖가지 질문들에 대해서도 성실한 답변을 해 준다. ''내가 죽을 날짜''를 계산해 주는 친절(?)한 서비스도 있다.

▼호러존 http://www.horrorzone.net/

공포영화 마니아들이 꾸미는 공포영화 전문 웹진. 공포영화 이해의 기초 상식에서부터 공포영화의 명감독과 걸작 영화 등을 꼼꼼히 소개하는 웹진으로 공포를 즐기려는 사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사이트. 아시아, 영어권, 이탈리아 등으로 지역을 나누어 공포영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의 현지 공포영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호러 존 인터뷰’에서는 공포영화 전문 비디오 숍을 경영하는 ‘엑스파일’님을 비롯, 애니메이션 전문가 송락현님 등의 인터뷰를 실어 독자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각 기사마다 다양한 사진을 동원하고 영화 속의 괴기스러운 이미지를 보면서 글을 읽을 수 있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의 극치를 즐길 수 있다.

▼호러월드 http://www.horrorworld.net/

역시 공포 영화를 주제로 한 홈페이지. 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등장하는 제이슨, 헬 레이저의 핀 헤드, 뱀파이어, 드라큘라 등 주요 캐릭터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영화의 세계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공포영화 캐릭터’ 코너는 그런 공포를 가능케 해 주는 코너. ‘걸작 공포 영화 100선’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공포영화 중 이 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혀줄 만한 공포 영화만을 골랐다. 공포영화와 관련된 소식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으며, 최신 공포영화의 일부는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본 독자들이 직접 감상평을 쓸 수도 있다.

공포영화 공식 홈페이지도 볼 만

이밖에도 개인 홈페이지 차원의 공포 사이트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계 8대 불가사의 등 미스터리의 세계를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미스터리 하우스’ (http:// members.tripod.lycos.co.kr/writable/)나 다양한 동영상으로 공포감을 배가한 ‘떠도는 넋’(http://www.ghost.oo.co.kr/)등도 공포 체험을 위해 들러볼 만한 사이트. 또 추리소설 작가 이재익씨의 홈페이지(http://www.200x.co.kr)는 그의 소설 ‘200x 살인사건’과 함께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이트다.

공포 사이트를 서핑하면서 당혹스러운 일 한 가지. 대부분의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게시물 뒤에는 ‘이 글을 보신 분은 반드시 앞으로 몇 시간 안에 다른 사이트에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올리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에게 또 다른 비운이 찾아들 것입니다’라는 경고가 따라붙는다. 이 경고가 두려운 사람은 어디엔가 옮겨야 하겠지만, 그걸 옮기지 않으면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을 즐기는 것도 두려움을 배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람은 원래 공포의 유희를 즐기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공포의 유희는 곧 예술을 만들어낸 힘이라는 문예사회학 쪽의 이론도 있다.

이 여름, 오싹한 공포체험으로 더위까지 몰아낼 수 있다면 더더욱 쓸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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