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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가 돈 내는 교도소…정체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있는 한 구치소 건물의 모습.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최근 수감자들에게 생활비를 받는 제도를 실시했다.[사진=뉴욕 타임스 웹사이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가장 비싼 호텔의 숙박비는 하루당 190달러(약 22만원)다. 방 침대엔 최고급 시트가 깔려 있고 유명 요리사의 명품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조금 비싸단 생각이 들면 50달러 정도 저렴한 데서 묵을 수도 있다. 여기선 단단한 철제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플라스틱 쟁반에 배급용 음식을 담아 먹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단, 숙박을 위해선 경찰과 판사를 만나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교도소이기 때문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 일부 교도소들이 숙박료를 받는 모텔식 영업에 나서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이번 주부터 재소자들에게 하루에 142달러42센트(약 16만 4000원)씩 생활비를 받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카운티는 재소자별로 지불 능력 여부를 판단해 생활비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산 상태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황인 재소자에겐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상대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환 방법도 가족들이 대신 내거나 출소 후 할부로 갚을 수 있게 했다. 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출소 후에도 채권추심 독촉을 하기로 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된 건 카운티의 재정 압박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세수는 줄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오히려 최악의 재정난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주립 교도소 재소자를 카운티 교도소로 이감해 더 부담을 지울 뿐이다.

이 같은 ‘고육지책’을 내는 건 리버사이드만이 아니다. 텍사스주에선 지난 4월부터 재소자들에게 주말에 제공되는 식사를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줄였다. 조지아주의 캠든 카운티는 재소자들을 소방수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조례를 제안한 제프 스톤 리버사이드 카운티 감독관은 “왜 재소자 수감을 위해 시민들이 비용 부담을 겪어야 하는가”라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얼마 전 수감 됐던 영화배우 린제이 로한 등은 분명히 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운티 측은 재소자 중 돈을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25%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 600만달러(약 69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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