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법천지 교실 규율부터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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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요즘 6-3-3(초등6, 중3, 고3) 교실이 가관이다. 졸업 시기인 내년 2월까지 학사 공백이 이어지다 보니 교사들은 고삐 풀린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거나 아예 잠을 재우느라 매일 전쟁을 치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졸업학년뿐 아니라 다른 학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정당한 지시를 조롱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통제 잃은 교실 현상이 확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사명감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라고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규율(規律)이 작동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기껏해야 벌점을 매기거나 교내 봉사를 시키는 게 고작이다. 그러니 문제 학생에 대해 교사나 학교가 아예 신경을 끄고 슬슬 피하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교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학생은 즉시 격리시키는 영국 학교나 복장 등 12가지 규율을 지키지 않는 학생에게 4단계에 걸쳐 퇴학까지 가하는 미국 학교의 사례는 규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조롱당하는데도 이를 그대로 둔다면 모든 학생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수업 받을 권리를 침해 당하는 정도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권위가 짓밟히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문제 행동에 대해 교사가 구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규칙이 절실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 교육청이 나서 학교가 이를 마련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33개 시민단체가 발의한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을 16일 가결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인권을 주창하기에 앞서 깡그리 무시되고 있는 교권 현장을 지켜본 뒤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필요하다면 시의원들은 학교에 와서 일일 교사 체험을 해보길 권한다. 그런 뒤 인권을 얘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