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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존이 고른 한 주를 여는 책들

중앙일보

입력

Joins.com 오현아 기자

도시 생활의 숨막힐 듯한 긴장감에서 벗어나 산으로, 바다로 무작정 떠나는 계절입니다. 상황이 녹녹치 않다면 시원한 대나무 돗자리에 누워 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변화경영 전문가 구본형씨는 남도 기행산문집〈떠남과 만남〉(생각의 나무)을 펴냈어요. 저자는 20여 년의 직장생활 중에 처음으로 한달 반 동안의 '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여행'을 떠납니다.

마음 가는 대로 섬진강변을 따라 걷다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상계사의 벚꽃이 그리워 하동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합니다. '느림'의 지혜를 찾아 떠난 저자는 남도의 고요한 한가로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느리게 더 느리게 찾아냅니다. 창조적인 게으름이야말로 떠나면서 만날 수 있는 삶의 소중한 가치임을.

일본의 대표적 만화영화 〈이웃집 토토로〉를 아시나요? 또 그 만화영화의 배경인 도쿄 근방의 사야마 숲이 국민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보존되는 과정을 들어보셨나요?

일본 토토로의 숲이 어떻게 지켜졌는지를 보여주는〈토토로의 숲을 찾다〉(이후)를 읽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 땅, 우리 산하를 지키는 법을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즐거운 여행이 쓸데 없이 무거워진다구요? 그러나 그건 우리가 살고 아이들이 살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일이 될 텐데요.

마음이 무거워지셨다면 가볍게 스릴 넘치는 SF 한 편 보세요. 여름이면 쏟아져 나오는 납량특집 괴기물 따위와는 사뭇 다른 스릴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중성을 기막힐 정도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펼쳐가는 〈엔더의 게임〉(새와물고기)은 게임의 천재 소년 엔더의 모험담을 통해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게임인 줄로만 알고 몰입했던 상황이 사실은 우주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살인극이었음을 알게 되는 마지막의 극적인 전환에서는 전율하게 되죠. 이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주는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거든요.

미술평론가 이주헌씨가 펴낸〈신화, 그림으로 읽기〉(학고재) 는 미술 작품으로 서양 문명의 근간을 조명하고자 하는 책이지요. 서양 문명의 뿌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있다면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용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최우선이겠죠.

그리스 문화의 발상지를 여행하면서 모은 그림 도판과 직접 찍은 사진 등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저자처럼 가족과 함께 유럽 일대를 여행할 수 없다면 '에로티스즘의 상징 님프'와 함께 신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책서평 기사 보기

*떠남과 만남(구본형 지음, 생각의나무)
*토토로의 숲을 찾다(요코가와 세쯔코 지음, 이후)
*엔더의 게임(더글라스 아담스 지음, 새와물고기)
*신화, 그림으로 읽기(이주헌 지음,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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