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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방울 첨가 않는다” 고성만 액젓의 자존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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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무웅 회장(왼쪽)이 직원과 함께 회사 마당 숙성조를 둘러보고 있다. [황선윤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한 청정해역인 고성만이 펼쳐진 경남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이곳 바닷가의 두도식품 마당에는 짙은 갈색의 폴리에틸렌 통이 빽빽하게 차있다. 1t들이 식품전용 용기인 이 통은 액젓을 숙성시키는 숙성조. 무려 500여 개나 되는 이 숙성조에는 젓갈을 담은 날짜와 소금농도, 멸치·전어·전갱이 같은 생선이름이 적혀있다.

 흙표 흙침대의 신화를 일으킨 강무웅(66) ㈜흙(부산시 학장동) 회장이 명품 액젓 생산에 도전하는 현장이다. 그는 “매년 김장철만 되면 비위생적인 저질 액젓 사건이 터져나오는 걸 보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100% 무결점 명품 액젓’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두포리가 고향인 그는 2008년 4월 정치망어장(6건)을 사들이고 마른멸치 등 수산품을 생산하는 두도수산, 액젓·어간장을 생산하는 두도식품을 창업했다. 통영수산고를 나온 그가 어장 운영에 뛰어들면서 정치망어업이 3대째 명맥을 잇게 됐다.

 3년의 준비와 숙성과정을 거쳐 지난해 출하가 시작된 액젓은 철저한 위생관리를 철칙으로 생산된다. 우선 액젓의 원료인 생선은 고성만에서 잡은 것만 사용한다. 생선을 잡으면 배 옆에 뗏목을 띄워 곧바로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신선하고 오염되지 않은 생선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생선·소금으로 숙성조가 차면 뚜껑을 닫고 숙성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조미료와 색소, 방부제는 물론 물 한 방울조차 첨가하지 않는다. 소금도 생산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신안군 지역 천일염만 쓴다.

 숙성조는 뚜껑을 밀봉해 파리 같은 해충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2년간 자연 숙성을 거친 원액을 마이크로 필터로 두 번 걸러 생선뼈·소금결정 등을 추려내고 깨끗한 액체만 용기에 담으면 액젓이 탄생한다.

 액젓을 용기에 담는 방은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입구에는 에어 샤워 시설이 있어 들어갈 때 반드시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근무자 7~8명은 위생모자와 마스크, 가운을 한 채 일한다. 회사 측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조 공정을 공개하고 있다.

 생산된 액젓은 자체 쇼핑몰(www.doodosf.co.kr)이나 고성군의 공룡나라쇼핑몰(www.edinomall.com)에서 판매한다. 부산지역의 백화점·할인점 등에도 진출해 있다. 다른 제품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위생적으로 만든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회사 측은 사세확장에 맞게 숙성조를 1000개로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다. 강 회장은 “김치의 맛은 액젓이 좌우한다”며 “명품 액젓을 수출해 세계인의 입맛도 사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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