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노무현계 … 야권 통합신당 최대 지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거의 모든 범야권 인사들이 하나의 당적(黨籍)을 갖게 됐다. 야권의 목표인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구도에 보다 가까이 다가선 셈이다.

 그러나 여러 세력이 한 지붕 아래로 모인 탓에 신당의 세력도는 한층 복잡해졌다. 다만 노무현계가 거의 완벽하게 부활한 게 특징이다. 2007년 대선 패배와 민주당 체제 출범으로 한때 ‘폐족’ 위기까지 몰렸던 노무현계이지만 신당에선 사실상 최대 지분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기존 민주당 내 노무현계(한명숙 전 총리, 안희정 충남지사·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외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이해찬 전 총리,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 당 외곽 인사들이 다 신당 안으로 들어왔다. 차기(문 이사장), 차차기(김두관·안희정·이광재) 그룹을 두텁게 쌓아놓게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그룹(손학규 대표,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도 독자 영역을 구축해놓고 있다. 특히 신당 창업에 성공하면서 ‘창업 대주주’로 등록한 손 대표는 조만간 당권을 내놓게 되지만 영향력은 유지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상징되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과 한국노총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각각 시민단체 연합조직과 92만여 명의 조합원을 앞세워 ‘민주당 기득권’을 허물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舊)민주계와 이인영 최고위원 등의 486그룹이 신당의 한 계보를 이룰 전망이다.

 세력 간 힘의 진가는 연말께로 예상되는 신당 지도부 경선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초반 흐름은 한명숙 전 총리와 박 전 원내대표, 문성근 대표 간 3자 구도로 정리되는 양상이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계와 민주당 중진들의 지원을, 박 전 원내대표는 구민주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인단은 대의원 30%, 당원 및 일반시민 70%로 구성된다. 다만 조직에서 밀리는 문성근 대표가 새로 도입이 예상되는 모바일·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투표 등에서 두각을 보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2012년 1월 1일 아침을 신당의 새 지도부가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의 반발을 누르고 통합을 서둘러 진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신당이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총선·대선 국면에서 안 원장의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신당이 부실해지면 안 원장으로선 ‘홀로 서기’ 유혹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안 원장의 신당 참여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다른 곳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원보·위문희 기자 wonbosy@joong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