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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스마일재능뱅크’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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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요즘 가수 이효리씨가 재능기부를 통해 유기동물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 화제다. 처음에는 동물을 좋아해 시작했지만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으며 정기적 자원봉사자가 됐다고 한다. 이제는 많은 이의 기부를 독려하며 유기동물 보호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능기부를 뜻하는 ‘프로보노(Pro Bono)’는 ‘공익을 위해’라는 뜻이다. 미국 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연간 50시간 이상 무료 변론이나 법률 자문활동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도록 한 규정에서 시작됐다. 근래에는 공익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적용 분야가 확장됐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공동화되고 고령화된 우리 농어촌에는 발전을 견인할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농림어업은 물론이고 경영, 마케팅, 지역개발,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고령화된 농어촌에서 이런 역할을 담당할 인재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농어촌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는 저명인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무료 문학 강좌를 개설해 문학 재능을 기부하는 소설가 이외수씨,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지휘자 금난새씨가 대표적이다. 농어촌 분교 아이들과 벽화 그리기, 놀이미술, 레크리에이션 등을 함께하는 대학생 재능기부 단체 비욘드 더 마인드(Beyond The Mind)처럼 농어촌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의 기부는 금전 기부가 대세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재능과 지식을 기부하는 방식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을,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요리를 하는 사람은 요리 기술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 청소나 바느질을 잘한다면,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이 모두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재능이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와 농어촌의 상생 발전을 위해 농어촌 재능기부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재능기부자들과 농어촌을 연결해주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스마일 재능뱅크(www.smilebank.kr)’도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개통 석 달여 만에 벌써 1만 명이 넘는 재능기부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농어촌 재능기부는 농어촌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712만 명 중 42.5%는 은퇴 후 귀농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재능기부는 농어촌을 이해하고, 농어촌 주민과 유대 관계를 맺으며 귀농과 귀촌을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2003년부터 추진 중인 1사1촌 결연 운동은 지금까지 8000건이 넘는다. 1사1촌 운동을 농어촌 재능기부와 연계하면 도농 교류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법인세법과 도농교류법에 따라 재능기부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은 세제상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부는 받는 기쁨만큼 주는 기쁨도 크다. 물질적 기부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재능 기부는 나눌수록 오히려 풍부하고 깊어져 자신과 이웃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지고, 나아가 우리 농어촌의 내일을 새롭게 변화시키게 될 농어촌 재능기부에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린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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