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 봉사 위해 자격증 10개 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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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신정모 전 초등학교 교장(오른쪽)이 2008년 10월 전주 중산초등학교에서 명심보감을 교재로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삶의 끄트머리까지 사회에 쓸모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공부하고 봉사할 겁니다.”

 11일 신정모(70·전북 전주시 인우동)씨의 목소리엔 따뜻함과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9년 전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뒤 초등교사 수업컨설팅, 숲 해설가, 유치원 학습도우미, 노인신문 편집장, 저소득층 청소년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신씨는 “교직 생활 때보다 퇴직한 뒤에 더 바쁘게 살았다”고 했다.

활기찬 노년의 모범을 보여준 신씨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8만 시간 디자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8만 시간은 60세에 은퇴해 80세까지 살 경우, 식사·수면 등 기본생활 시간을 제외한 총 여가시간을 뜻한다.

 신씨의 행복 비결은 40대부터 꾸준히 ‘인생 후반전’을 설계한 데 있다. 그는 인생을 세 토막으로 나눠 계획을 세웠다. 은퇴 전 62세까지를 1기, 은퇴 후 70세까지를 2기, 71~85세를 3기로 잡았다.

 인생 1기에는 신씨도 여느 가장들처럼 고달프고 힘겨웠다. 학생들에게는 헌신적인 교사였지만, 가족들과는 정을 나눌 여유가 없었다. 외벌이 교사 월급으로 3남 1녀를 대학원까지 가르치고 집 장만 하느라 퇴직 순간까지도 어깨는 무겁기만 했다. 퇴직과 동시에 할 일이 없어지자 허탈감도 컸다.

 그러나 사회와의 끈을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40년 교직 생활의 노하우를 살리기 위해 퇴직 교장들과 함께 수업컨설팅단을 조직했다. 이후 “봉사활동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각종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독학으로 심리상담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점차 분야를 넓혀 노인복지사, 다문화가정상담사 등 10개 분야에서 민간 전문가 자격을 갖췄다. 노인복지관에서 발행하는 노인 대상 신문 편집장도 4년째 맡고 있다.

 그는 2014년부터 다문화가정과 노인을 위한 무료 상담소를 열 계획이다. 3년 전부터 공무원연금의 일부를 저축해 임대료와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 올 여름엔 서울대에서 한국어교사 양성 온라인과정도 수료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한국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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