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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우리 토요일' 고교생 남창희

중앙일보

입력

"처음에야 화들짝 놀랐지요. 와, 누구다, 누구다 이러면서. 지금은 그냥 그래요. 보통 애들이랑 똑같던데요. "

10대라고 무조건 연예인에게 열광하리라는 짐작은 오산. 스스로 스타가 되는 편이 요즘 10대들의 취향에 맞다.

SBS 오락프로그램〈기쁜 우리 토요일〉로 또래 사이에 스타가 돼버린 남창희(인천 동산고3)처럼 말이다.

창희는 매회 학교별 예선전을 걸쳐 선발된 고교생이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스타스쿨' 코너가 배출한 명강사.

'사랑의 매 덜 맞는 법' 으로 인기를 모은 창희의 강의는 제작진으로부터 앙코르 요청을 받아 '불량학생 길들이기'왕따 이렇게 탈출하라' 로 이어졌다.

특유의 어리숙해보이는 표정 연기로 소화한 '묵찌빠' 왕따 버전에 연예인 수강생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며 책상 위에 엎어졌을 정도. "옛날 청소년들의 적은 호환,마마. 요즘 청소년들의 적은 체벌,학교 폭력, 왕따" 라는 스스로의 요약처럼, 눈높이에서 포착해낸 10대들의 일상이 창희가 주는 웃음의 기반이다. 소재 발굴은 물론이고 대본도 직접 썼다.

급기야 4주 연속 방학특강에까지 불려나와 10대 성문제에 대해서도 어른들 뒤통수를 치는 묘사와 분석을 내놓은 그지만, 직접 만나보니 "사실 다 아는 얘긴데, 방송에서 대놓고 얘기하는 게 민망하다" 고 대꾸한다.

수줍은 성격 탓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물으니까 각종 토크쇼를 열거한 끝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도 '청춘의 찜' 같은 거 하구 싶어요. 막 뛰면서 게임하는 프로도 참가하고 싶고요. 왜 그런 건 다 대학생만 나오는 거죠?"

10대 시청자를 유인하는 연예오락물은 넘쳐나도, 10대의 욕망을 정면에서 풀어줄 참여프로그램은 드문 방송 현실이 새삼 미안해진다.

학교에서는 방송에 나온 그의 익살에 깜짝 놀랐다지만, 친한 친구들은 이미 연극반 활동 때부터 창희의 끼를 보아온 터. 장래 희망을 물으니 즉각 "개그맨" 이 튀어나온다.

함께 송도에 놀러가는 길이라며 창희를 따라온 친구들의 농담처럼, '10대클럽' 이나 '남창희의 마이너스 유'라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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