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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야구] 일본야구 잠망경 6. 스타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1999년 역대 최고의 고졸루키로 평가받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프로에 데뷔했다.이후 일본열도는 마쓰자카 신드롬에 사로잡힌다.

마쓰자카는 단 5경기만에 소속팀 세이부에 10억엔을 벌어다준다.마쓰자카의 첫 홈구장 등판엔 무려 4만 5천명의 관중(세이부돔 평균관중:2만6천명)이 들어왔고,NHK,요미우리,마이니치등 5개의 주요 방송국에서 생중계를 했다.

세이부는 구단차원에서 마쓰자카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마쓰자카를 홍보했다.마쓰자카 캐릭터 상품,마쓰자카 전화카드는 물론 마쓰자카를 보러오는 팬들을 위해 세이부 돔으로 들어오는 특별열차까지 증설했다. 여기에 그치지않고 세이부 구단은 마쓰자카의 스피드를 더 올리기위해 세이부 돔 마운드까지 개조했다.

이런 노력으로 작년 세이부는 다른 퍼시픽구단이 관중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평균3600명 감소) 세이부돔 입장료,매점 수입,마쓰자카 상품, TV중계료,특별열차 수입금을 포함한 마쓰자카 마케팅으로 약20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매스컴쪽도 적극적이었다. 민영TV 아사히는 정규방송을 깨고,마쓰자카의 세이부돔 첫 등판을 긴급편성했고 그결과 20%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청률(평균 퍼시픽리그 시청률:2.4%)을 올렸다. 어떤 방송국은 마쓰자카가 시속160km를 던질 경우, 시청자1명을 추첨해 100만엔을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마쓰자카가 올림픽 지역예선을 위해 서울에 왔을땐 무려 150명의 기자단이 마쓰자카를 밀착취재했다.(마쓰자카에겐 평균 100명이상의 전담기자가 따라다닌다.)

작년초 긴데쓰 사장은 '마쓰자카를 두들기면 흥행에 지장이 있다'고 실언을 해, 이후 마쓰자카에게 공개사과해야 했고, 올초엔 오부치 당시 총리까지 마쓰자카의 2년생 징크스를 걱정해 주는 등,마쓰자카는 거의 국가적인 인물로 대접받고 있다.

마쓰자카를 통해 보듯,일본인들은 스타만들기에 매우 능하다. 그들은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열광을 보내며 새로운 교주로 모신다. 하지만 대체로 그들의 숭배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들은 마쓰자카를 대체할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면 언제든지 그 새로운 교주에게로 갈 것이다.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예로 들어보자. 1993년 트리플크라운을 3번이나 해냈던 오치아이 히로미쓰가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하지만 96년말 '무관의 제왕'기요하라가 오자 모든 관심은 기요하라에게로 가고 오치아이는 니혼햄으로 트레이드 돼버린다. 기요하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요미우리로 온 후 2년동안 부진한데다가 98년 다카하시 요시노부란 대형신인이 들어오자 기요하라는 '문제아'로 전락하며 매스컴의 중심에서 멀어진다. 최근엔 다카하시도 타순이 6번으로 밀려나며 히로시마에서 온 에토 아키라에게 중심 거포자리를 뺏긴 인상이다.

비단 요미우리만이 아니라 전체 일본야구를 보더라도 현역 선수중 마쓰이,이치로,후루타정도를 빼곤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일본야구판의 인기도는 굴곡이 심하다. 금방 뜨거워지지만 금방 식는다. 금방 새로운 것으로 옮겨가고. 새로운 영웅을 찾아다닌다. 이 과정에서 흘러간 스타는 과거의 추억으로 묻혀질뿐이다.

마쓰자카도 2년째인 올해들어와선 주춤한 인상이다. 마쓰자카의 성적도 그렇고 일본인들의 열광도 작년만 못하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 다른구단은 10%가까이 입장수익이 증대했는데, 세이부만 관중이 9.3%감소 했다. 마쓰자카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스포츠 일간지인 <호치신문>의 마쓰자카 담당기자 세키네씨(29)의“마쓰자카 신드롬은 아마 1∼2년 사이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스타가 출현하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말에 대해 19살 마쓰자카는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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