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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체포되는 이상득 의원 보좌관을 보는 심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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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호 02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15년간 모신 박모 보좌관이 10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이미 구속돼 있는 이국철 SLS 회장 등으로부터 7억원을 받은 혐의다. 11년간 이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도 궁지에 몰려 있다. 그는 이 정부하에서 ‘왕 차관’ 소리를 들을 만큼 막강한 인물로 평가돼 왔다. 이번에 검찰에 소환되는 건 SLS 일본 법인장으로부터 500만원에 해당하는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등도 정확한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회의원에게 제공하려던 뇌물의 최대 액수는 약 2억원이었다. 여주군수가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에게 공천을 해달라며 뇌물을 주다 이 의원의 신고로 검거된 사례가 있다. 국회의원에게 주려던 뇌물이 그 정도인데, 의원 보좌관이 7억원을 받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이상득 의원이 보좌관의 비리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거나 혹은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의원이라는 막강한 배경이 없었다면 누가 의원 보좌관에게 그토록 엄청난 뇌물을 줬을 것이며, 또 이 의원을 믿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의 보좌관이 감히 어떻게 그렇게 통 큰 수뢰를 할 수 있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모든 게 형님을 통하면 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조어(造語)가 유행했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펄펄 뛰어왔다.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선 “대통령의 형이라고 해서 국민의 기본권인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게 옳으냐”고 맞섰다. 논리 자체로는 이 의원의 말이 백번 옳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게 돌아갔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의원은 ‘상왕’ 혹은 ‘영포대군’으로 불렸고, 정치권에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한나라당 원희룡 전 사무총장이 각각 ‘이 의원의 첫째와 둘째 사위’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형님 예산이니 영포 게이트니 한상률 게이트니 하면서 모든 논란 때마다 이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들도 이 의원에 대해 공세를 펴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금이야말로 이 의원이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보좌관이 뇌물을 받은 게 내 잘못이냐”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의원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비리나 게이트 같은 흠결이 없어 임기 말까지 레임덕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도 그러길 바랐다. 임기 말마다 대통령의 자녀들과 일가 친척들이 법정을 오가는 모습을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득 의원은 지금 자신은 물론 대통령인 동생을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를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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