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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성장률 3.7%로 대폭 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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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산층·서민이 피부로 느껴온 경기 둔화가 경제지표로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9일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로 확 낮췄다. 7월 전망치(4.6%)에서 0.9%포인트를 깎았다. 그나마 “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4.3%)를 크게 밑도는 3.8%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잠재성장률(4%대 초반)도 안 되는 3%대 저성장이 2년 연속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진 것은 카드 사태가 터졌던 2003년(2.8%)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2.3%)·2009년(0.3%) 세 번뿐이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2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상·하반기 경제성장률이 각각 3.4%, 3.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분기별로는 1분기가 전분기 대비 0.7% 성장에 그쳐 가장 나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이상우 조사국장은 “이탈리아가 내년 1~4월 중 대규모 국채 만기를 맞는 등 1분기에 유럽 국가채무 위기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4.5%에서 내년 4.2%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어서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에도 주의보가 발령됐다. 수출 증가율이 올해 19.4%에서 내년 4%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272억 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13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사정도 답답하다. 내년 취업자 수는 28만 명 늘어나 올해 증가 인원(40만 명)을 크게 밑돌 전망이다.

 다만 민간소비는 내년에 3.2% 늘어나 올해(2.5%)보다는 증가율이 높아질 것이란 게 한은의 예측이다. 근거는 물가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4%에서 내년 3.3%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민간소비 증가가 꼭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빚에 허덕이는 가계가 돈이 생기는 대로 죄다 쓰고 있어 저축을 거의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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