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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확 달라졌어요 … 비결은 ‘팔불출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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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일 오후 5시, 막 퇴근길에 나선 심보현(37·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씨가 자전거를 타고 향한 곳은 집이 아니었다. 목적지는 둘째 딸 채원(4)이 다니는 어린이집이었다. 그는 자녀가 셋이다. 초등생 채린(8), 막내아들 채우(1)가 있다. 세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 하느라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해 심씨는 늘 퇴근길에 채원이를 데려온다. 이날 저녁을 먹고 난 뒤 채원이가 “물고기가 보고 싶다”고 졸랐다. 심씨는 여의도 63빌딩 수족관으로 향했다. 채원이는 수족관에서 “아빠, 이 물고기는 뭐야”를 연발하며 즐거워했다. 뮤지컬 공연도 봤다. 공연 배우에게서 장미꽃을 받은 채원이는 집에 돌아와 꽃을 안고 잠이 들었다.

 심씨는 퇴근 후에는 항상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가급적 저녁 약속은 삼가고 회식이 있어도 간단히 끝내고 서둘러 집으로 온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늘 가득하다”고 했다.

 그의 ‘육아 노하우’는 프로 엄마 못지않다. 아이들과 목욕 하는 요령이 남다르다. 물을 무서워하는 채원이는 무릎에 앉힌 뒤 안아서 살짝 뒤로 눕혀 머리를 감긴다. 그러면 채원이의 물 무서움이 사라진다. 심씨는 아이들이 원하면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같이 놀아준다. 그네를 태워달라고 하면 발등에 아이를 올려놓고 살짝살짝 흔들어준다. 그러고 나면 막내가 ‘로켓’을 해달라고 조른다. 아이가 천장에 살짝 닿을 때까지 들어 올려주는 게 로켓이다. 그렇게 놀아주고 나면 땀이 흠뻑 난다. 그는 “아이들이랑 놀아주다 보면 굳이 따로 시간 내서 운동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바쁜 아빠들도 가급적 짬을 내서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면 서로 정을 더 쌓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맞벌이를 하는 회사원 최원혁(36·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공무원 아내를 위해 육아 책임을 나누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들 민준(5)과 30분간 한글 공부를 한 뒤 낮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부모님 댁으로 향한다. 퇴근이 저녁 8시라 다소 늦지만 아들을 데리고 오면 늘 함께 목욕을 한다. 하지만 민준이도 물을 싫어해 처음에는 목욕하기가 ‘전쟁’이었다. 그래서 욕조 속 물에 설탕·소금·커피 등을 넣고 녹인 뒤 장난치게 했다. 벽에 물감을 자유롭게 칠하게 하고 비눗방울 만들기도 했다. 그러자 민준이가 물에 익숙해졌다. 최씨는 “아이가 싫어하는 일을 무조건 시키지 말고 흥미를 유발해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말은 아들과 추억 만드는 날로 정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놀이동산과 어린이박물관, 수족관은 아예 연간 회원권을 끊었다. 여름이면 동물원의 사슴과 말에게 줄 당근을 사서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했다. 민준과 함께 찍은 사진들은 2년 전 개설한 블로그에 차곡차곡 올려놓고 있다. 일기도 적고 있다. 최씨는 “아이가 나중에 아빠랑 뭘 했는지 볼 수 있도록 정리한다”며 “이렇게 하면 나중에 함께 사진을 보며 즐겁게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와 최씨 등 아빠 5명은 10일 보건복지부가 수여하는 ‘100인의 아빠단’ 우수활동상을 받는다. ‘100인의 아빠단’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모임이다. ‘육아의 달인’ 아빠들의 노하우는 블로그 ‘마더하세요(마음을 더하세요·motherplus.blog.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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