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 체험기] (11) 어드레스때 공 위치

중앙일보

입력

매주 토요일이면 필 리츤 골프스쿨이 예외없이 소란에 빠진다.

어린이 골프스쿨이 열리기 때문이다. 학부형을 동반한 어린이도 있고 친구와 함께 골프를 배우러 오는 개구쟁이들도 있다. 강사 한명이 여러명의 어린이를 맡아 지도하지만 어린이들은 열심히 공을 치며 나름대로 골프를 즐긴다.

어린이의 재능을 조기 발굴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미국 교육이 부럽기만 했다.

아이들의 골프 레슨을 구경하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의 골프 연습장은 대부분 콘크리트 바닥 위에 고무나 플라스틱 매트가 깔려 있고 공을 공급하는 기계가 있기 때문에 한자리에 서서 공을 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천연잔디에서 공을 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매번 볼 위치와 어드레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바구니에 담겨 있는 공을 꺼내 매번 목표물을 향해 어드레스를 다시 하다 보니 어떤 때는 왼발쪽에, 어떤 때는 오른발쪽에 공을 놓고 스윙을 했다.

나는 리츤 선생에게 공의 위치를 어느 곳에 어떻게 놓을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리츤 선생은 "라이가 좋지 않아 특별한 샷이 요구되지 않을 때는 드라이버나 피칭웨지나 항상 똑같은 위치에 공을 놓아야 한다" 고 설명했다. 즉 어드레스때 왼발 뒤축선상에 공을 놓는다는 것이다.

리츤 선생은 "모든 샷의 스윙은 똑같기 때문" 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드레스의 어려움은 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우연히 국가대표 김주연(고려대1.여)의 약점을 발견했다. 어드레스 때 상체가 열리며 목표의 왼쪽을 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주연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스윙을 할 때 클럽을 조금씩 열어 페이드샷을 만들었다.

리츤 선생은 김의 레슨 첫날 이를 지적했고, 하루에도 몇번씩 자세를 교정해 주는 모습을 봤다.

지난주에 열렸던 US여자오픈 예선 때였다. 전반 9홀까지 2오버파로 선전했던 김은 후반 9홀에서 샷이 무너지며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날 김주연은 과거의 나쁜 습관, 어드레스 때 목표의 왼쪽을 향하는 단점이 나타났었다.

한국에서처럼 볼 공급기의 스위치를 눌러가며 꼼짝도 하지 않고 연습을 해온 골퍼들이 필드에 나가면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때리며 고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비록 닭장 같은 한국의 연습장에서라도 공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며 일관된 어드레스 자세를 익힌다면 좋은 훈련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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