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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악마의 변호인’… 고의로 반론 제시해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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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중요 외교정책을 정할 때 어떤 방식으로 결단을 내렸을까. 지난 1일 밤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개최한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역대 정권에서 백악관 고위직 등을 역임한 인사들이 초대돼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의 결단 스타일을 증언했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Stephen Hadley)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스타인버그(James Steinberg) 전 국무부 부장관(국가안보 부보좌관), 제인 하먼(Jane Harman) 전 하원의원이 증언자였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일한 해들리 전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은 ‘메모하는 사람’(memo man)이 아니었다”며 “중요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에 대한 메모(보고서)를 읽거나 자신의 결정을 글로 쓰는 대신 참모들과 직접 만나 대화한 뒤 곧바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 오후 (딕 체니) 부통령 이하 관련 인사들이 모여 가벼운 스낵을 먹으면서 외교정책 현안들을 논의했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부통령이 ‘훌륭한 토론이었다. 이제 대통령 앞에 가서 (토론)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스타일은 달랐다. 부시 대통령과 달리 중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처음부터 자신이 포함된 자리에서 생생하게 벌어지기를 원했다고 스타인버그는 전했다. 클린턴 백악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스타인버그는 “클린턴은 태생적으로 의심이 많아 토론에서 늘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역을 맡았다”며 “모두가 동의한 사안이라도 반대 의견을 제시해 논쟁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그 결정이 옳은지를 시험하려 했다”고 회고했다.

 키신저는 자신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했던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에 대해 언급했다. 닉슨은 장시간의 토론 대신 각종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읽는 방식을 선호했다. 키신저는 “닉슨 본인이 대단한 외교정책 전문가로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며 “참모들과 의견 충돌이 벌어지는 것을 꺼려해 그들의 권고와 다른 결정을 내렸을 때는 면전에서 지시하기보다 메모를 통해 입장을 전달하곤 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결단 스타일에 대해서는 연방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일한 하먼이 증언했다. 그는 “오바마가 정보기관에서 올리는 정보보고를 열정적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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