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슴’이 충성 다 바쳐 ‘주인님’ 섬기듯…

중앙일보

입력

CRM에서 활용하는 1:1 마케팅은 DM 발송이나 불특정 다수를 위한 광고를 지양한다. 인터넷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을 세분화하고 고객 성향과 개인정보를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한다.

고객 방문 궤적 추적해 1:1 마케팅

아내와 결혼한 지 3년째. 내일이면 결혼 기념일이다. 회사원인 강동규씨는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와 씨름하며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아내를 색다른 선물로 기쁘게 해주고 싶다. 그러던 중 한 유아용품 회사로부터 메일이 도착한다. 내용은 결혼 3주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 메일을 받고 보니 작년 이맘 때 그 회사 사이트에서 아이의 옷을 주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규씨는 당장 그 회사의 사이트를 방문했다. 로그인을 하니 축하 메시지와 함께 아내가 좋아하는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이 담겨 있는 음악CD와 결혼 축하 케익, 샴페인이 선물로 준비돼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시의적절하게도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는 콘도 이용권을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 상품으로 주겠다고 한다. 동규씨는 기쁜 마음에 주저하지 않고 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위 사례는 최근 기업들이 고객관리를 위해 앞다투어 도입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의 서비스 목표를 잘 설명해준다.

기업에게 있어서 고객의 확보와 확충, 그리고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는 영원한 과제이며,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불과 20, 30년 전의 럭키치약 같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거나 아주 매력적인 상품을 개발한 경우, 기업이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점차 다양한 상품들이 개발되고 고객의 요구사항 역시 복잡해짐에 따라 기업은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CRM이 최근에 다시 각광받게 된 주된 이유는 역시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전은 고객의 생활환경과 구매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CRM에도 ‘e’자를 붙여 eCRM이라는 좀더 새로운 개념의 고객관리 전략을 만들어 냈다.

eCRM의 특징적인 전략은 역시 1:1 마케팅(One-to-One marketing). 1:1 마케팅은 기존의 대중 마케팅(Mass Marketing) 전략을 통해 실시하던 집단적인 DM 발송이나 불특정 다수를 위한 광고 정책보다는, 위 경우처럼 고객을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고객의 성향과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eCRM을 도입한 대표적인 사이트 ironsure.com의 경우, 고객의 방문 기록을 놓치지 않고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한다. 여기에는 고객이 관심사에 따라 흘러간 루트까지도 기록된다. 기업은 이러한 정보를 통해 고객을 더 이해하고 고객의 관심사에 따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이끌어낸다. 또 한 번 확보한 고객은 ‘머슴’이‘주인님’을 섬기듯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한 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고객의 평생가치’(LTV, Life Time Value)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eCRM에는 복잡해진 생활환경만큼이나 다양한 고객과의 의사소통 채널이 요구된다. eCRM은 세일즈맨이 방문하는 고전적인 형태의 마케팅은 물론이며, 콜센터를 통한 전화방문이 진화한, 컴퓨터를 활용한 통합 전화서비스(CTI, 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를 요구한다. 또 고객이 거쳐 지나는 웹사이트의 경로에 관한 정보를 저장할 데이터웨어하우스(DW, datawarehouse)라는 거대한 정보창고를 필요로 하며, 여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캐내는 데이터마이닝(DM, Data Mining)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 일각에는 엄청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서 어느 정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개인정보의 공개를 꺼려하는 현대인의 특성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기업이 고객을 이해하고 꾸준한 의사소통을 통해 진정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신기술들이 계속 발전하기를 느긋하게 기다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