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공과대학 성공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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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공과대학(IIT) 뉴델리 캠퍼스에서는 젊음의 낭만을 찾기 힘들다. 화창한 날에도 그곳에는 크리켓 경기도, 데이트에 열중하는 연인들도, 떠들썩한 음악도 없다. 힌두어와 영어로 ‘진리는 신, 노력은 경배’라고 쓰인 현판 아래 학생들은 공부에 몰두하거나 조용한 실내를 조심스럽게 걸어다닐 뿐이다.

新경제의 성장은 미국 캘리포니아州의 스탠퍼드大에 힘입은 바 크지만,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하를랄 네루가 1950년대 창립한 5개 명문대학 그룹 IIT의 기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IIT 칸푸르 캠퍼스는 현재 나스닥에서 2백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는 인도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시스社의 최고경영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모교다.

데시 데시판데(시카모어 네트워크스社), 빈노드 코슬라(선 마이크로시스템스社 및 벤처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社) 같은 실리콘 밸리 기업인들 역시 IIT 출신이다. IIT는 1960년대 이래 약 11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중 4분의 1이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졸업생들이 자국에서 경력을 쌓는 추세다.

그런 추세 이면에는 IIT와 경영마인드를 갖춘 州정부들, 실리콘 밸리를 잇는 善순환이 있다.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에 조성된 첨단 산업단지는 젊은 엔지니어들을 다시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봄 미국에서 성공한 IIT 동문들은 향후 6년간 모교를 위해 10억 달러를 모금하겠다고 약속했다. IIT 뭄바이 캠퍼스의 이사 S.P. 수카트미는 인디안 익스프레스紙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고 자랑했다.

모든 우수 브랜드가 그러하듯 IIT도 엄격한 기준으로 유명하다. 입학 응시자는 악명높은 입학 연합고사를 통과해야 한다. 몇몇 지망생들은 9시간 동안 치러지는 수학·물리·화학 시험을 위해 4년을 준비하기도 한다. 인도 전역의 3백50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13만 명중 3천 명만이 입학할 수 있다.

IIT의 떠오르는 신성은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인도정보기술대학(IIIT)이다. 이 대학은 대기업들과 州정부의 최첨단 합작품으로 개교한지 겨우 2년밖에 안됐지만 이미 IBM·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곳에 수백만 달러를 들여 연구센터를 개설했다. 졸업생들이 회사를 찾아 먼나라로 떠나던 과거와 달리 이제 기업들이 학생들을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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