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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 턱걸이 … 푸틴 대선가도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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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푸틴 총리(아래)와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뒤)이 총선이 실시된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통합러시아당 당사를 방문하고 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이번 국가두마(하원) 선거는 내년 3월 대선을 넉 달 앞두고 치러져 푸틴에 대한 신임투표이자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되는 선거다. 푸틴은 이미 내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안팎에서는 10년 이상 러시아를 이끌어왔던 푸틴의 내년 대선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5일 러시아 선관위 발표를 인용해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이 하원 전체 450석 가운데 238석(득표율 49%)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4년 전 315석(64%)을 얻은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반면 제1야당인 공산당은 92석(19%)을 확보했다. 지난 선거의 57석(11%)에 비해 크게 약진했다. 이어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러시아당(13%·64석)과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11%·56석)이 뒤따랐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러시아 하원은 전체 투표 수에서 7% 이상의 표를 얻을 때만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할당된다. 5%대는 1석, 6%대는 2석만이 배정된다.

 AP통신 등은 러시아 여당의 부진을 놓고 푸틴의 장기 집권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러시아 정치에서 푸틴의 원맨쇼(one-man show)가 계속되는 바람에 국민의 좌절이 쌓여가고 있다”며 “조만간 폭발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러시아 국민이 푸틴에게 굴욕적인 한 방(humiliating blow)을 날렸다”며 “메드베데프와 푸틴의 권력 주고받기에 유권자들이 퇴짜(rebuff)를 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에서 푸틴의 승리를 점치면서도 그가 과거와 같은 절대적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총선으로 푸틴의 장기집권 구상에도 문제가 생겼다. 러시아 일각에서는 푸틴이 종신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푸틴은 내년 대선(대통령 임기 6년)에서 이긴 뒤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24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계속 집권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회 의석 수는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다.

 메드베데프는 여당 선거본부를 찾아 “앞으로 사안별로 야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이것이 의회주의이고 민주주의”라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반면 푸틴은 “통합러시아당이 주도적 정치 세력이기 때문에 향후 정치의 승패는 우리 당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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