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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88> 알듯 모를듯 역사 속 캐나다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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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캐나다 하면 처음 떠오르는 것은 광활한 영토다. 면적이 998만㎢로 우리나라의 100배다. 그런데 캐나다는 단순히 세계에서 둘째로 큰 나라가 아니다. 인구는 3600만 명밖에 안 되지만 캐나다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동안 미국인으로 생각했던 세계사의 여러 인물이 캐나다 출신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바꾼 여러 발명과 제도가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한국과 인연이 깊은 캐나다인도 있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캐나다와 캐나다인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해본다.

강병철 기자

농구는 미국의 대표 스포츠지만 고안한 사람은 캐나다인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다. 사진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NBA 토론토 랩터스의 경기 장면. [중앙포토]

전화기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그레이엄’은 캐나다 이민 도와준 사람 이름서 따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 박사. 그는 원래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그에게는 형과 남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둘 모두 결핵에 걸려 어린 나이에 사망한다. 이러한 아픈 상처를 뒤로 하기 위해 온 가족이 이주한 곳이 캐나다였다. 그의 이름은 원래 알렉산더 벨이었다. 11세 때 ‘그레이엄’이라는 가운데 이름(middle name)을 얻는다. 바로 캐나다 이민을 도왔던 캐나다인 ‘알렉산더 그레이엄’의 성(姓)을 그의 아버지가 벨 박사의 가운데 이름으로 추가한 것이다. 그는 이후 미국을 주 무대로 전화기를 비롯한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 전화기를 발명한 계기는 바로 캐나다에 살고 있던 어머니 때문이다. 처음엔 청각장애인이던 어머니의 보청기를 만들려고 했다. 이것이 진전돼 결국 멀리 있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전화기까지 발명하게 된 것이다. 그는 누가 먼저 전화기를 발명했는지 특허와 관련한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간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노후에도 유전학에서 비행선까지 다양한 발명과 연구에 몰두했다. 결국 생을 마감한 곳은 캐나다 노바스코티아 섬. 그가 숨을 거둔 노바스코티아를 비롯해 캐나다에서 벨 박사를 기념하는 여러 박물관을 찾을 수 있다.

 농구 고안한 제임스 네이스미스

YMCA “실내 경기 만들어 달라” … 2주 만에 완성

농구는 미국의 대표적인 실내 스포츠다. 그런데 알고 보니 캐나다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바로 주인공은 제임스 네이스미스(1861~1939) 박사. 그는 캐나다 동부 퀘벡의 맥길대에서 만능 스포츠맨으로 활동한다. 캐나다식 축구, 럭비, 축구, 기계 체조 등 여러 종목에서 학교 대표로 뛰었다.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특이한 프로젝트 하나를 제안받는다. 추운 겨울에도 실내에서 땀을 흘릴 수 있는 흥미로운 스포츠를 고안하라는 것. 바로 미국 북동부 보스턴 인근 스프링필드의 YMCA(기독교청년회)에서 의뢰했다. 단 기한은 2주에 불과했다. 그는 유년 시절 캐나다 온타리오의 풀밭에서 바구니에 돌을 던져 놀던 기억을 떠올렸다. 위험한 돌 대신 공을 사용하기로 하고, 13가지 기본 규칙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지금과 같이 아래가 뚫려 있던 바구니가 아니라 아래가 막혀 있는 바구니를 사용했다. 이 새로운 스포츠를 스프링필드 YMCA에 소개했다. 그가 고안한 농구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NBA(미 프로농구)를 위시한 미국 최고의 겨울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한 씨앗이다. NBA는 캐나다 토론토 랩터스의 설립(1995년) 이전부터 네이스미스 박사를 기리기 위해 미국 성조기와 함께 캐나다 국기를 항상 경기장 게양대에 올리고 있다.

 ‘석호필’로 유명한 프랭크 스코필드

일제의 제암리 학살사건 사진에 담아 고발

3·1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인에 더해 ‘34번째 민족대표’라 불리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1889~1970) 박사도 캐나다인이다. 발음과 비슷한 ‘석호필(石虎弼)’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호(虎)’자는 강직한 성격 때문에 붙었던 그의 별명 ‘호랑이 할아버지’에서 따온 것. 그는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의 세균학과 교수로 이 땅에 처음 왔다. 교육과 선교 활동을 하던 그는 민족대표 중 한 명인 이갑성과 3·1 운동을 기획한다. 민족자결주의 등 국제 정세를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제의 제암리 학살사건 현장에서 유골을 수습하며 일본의 만행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수원에서의 잔학행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세계에 알렸다. 이후 스코필드 박사 숙소에는 강도를 가장한 암살미수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제는 그를 캐나다로 추방시켰다. 캐나다에 돌아가서도 일제의 만행을 알리며 항일 투쟁에 나선다. 광복 이후에는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서울대 수의대, 연세대 의대, 중앙대 약대에서 강의했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펼쳤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고, 서거 뒤 국립현충원에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묻혔다.

 소에서 인슐린 추출한 프레더릭 밴팅

당뇨병 환자 가족 안심시키려 주사 먼저 맞아

당뇨병은 기원전 1500년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기록될 만큼 인류의 난치병 중 하나다. 그러나 치료법은 캐나다의 외과의사 프레더릭 밴팅(1891~1941)이 인슐린을 소의 췌장에서 추출하면서 나왔다. 그는 어릴 적 동네 아이가 당뇨병으로 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토론토대 의대에 다녔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군의관으로 일했고, 종전 뒤 당뇨병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소의 췌장을 냉각해 거기서 뽑아낸 물질이 혈당을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이 물질이 인슐린이다.

그는 당뇨병으로 죽어가던 14세 소년 리어나도 톰슨에게 처음 인슐린을 투여했다. 밴팅은 자신이 먼저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을 소년의 부모에게 보여줬다.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킨 뒤 소년에게 주사를 놨다. 다 죽어가던 소년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인슐린의 발명으로 노벨 의학상(생리학상)을 받았다. 막상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추락 사고로 만 50세가 되기 전 세상을 떠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의 생일인 11월 14일을 ‘세계 당뇨병의 날’로 정하며 그를 기리고 있다.

 세계 표준시 제정 기여한 샌퍼드 플레밍

프랑스-영국 표준시 놓고 갈등하자 회의 주선

한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가 죽는 사람에게 세계 표준시(GMT)라는 개념은 필요 없다. 그러나 19세기 초반 이후 철도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표준시에 대한 필요성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기차를 이용해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동할 때 저마다 다른 시간으로 표기돼 혼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표준시가 없어 철도 사고도 빈번했다. 철도뿐만 아니라 정기선도 생기면서 배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유럽에서 주도권을 다툼하던 영국과 프랑스의 감정 싸움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는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표준시로 잡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대륙에서는 주로 프랑스 파리를 기준으로 삼았고, 영국만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시로 삼았다. 1884년 27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DC에서 그리니치 시각을 기준시로 삼는 현행 표준시가 정해졌다. 이 회의를 주선한 것은 바로 캐나다의 철도 건설가 샌퍼드 플레밍(1827~1915). 그는 시골 역에서 기차를 놓친 경험을 회의에서 역설했다. 프랑스는 이후 30년 가까이 그리니치 표준시를 거부하다가 1911년에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언어 자바 개발한 제임스 고슬링

하루 열 잔씩 마시는 커피의 산지 이름서 따와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맞아 호환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운영체제(OS)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호환성과 관련해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자바(JAVA)’는 선구자다. 자바를 개발한 제임스 고슬링(56) 박사는 캐나다 캘거리 출신으로 캘거리대를 나왔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함께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3인방으로 평가받는다. 고슬링 박사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일하던 1991년 가전제품 속의 컴퓨터 제어기능을 짜기 위해 자바를 만들었다. 그런데 자바가 더욱 대중화한 계기는 90년대 중반 전 세계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다. 가전 제품에 끼워 맞춰도 작동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호환성이 무척 높았던 것이다. 자바는 컴퓨터 메모리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장점도 갖췄다. 자바는 그가 하루에 열 잔씩 마시는 커피 산지의 지명(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따온 것이다. 고슬링 박사는 지난해 오라클을 떠나 올 초 구글에서 잠시 일하다 현재 신생 로봇 개발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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