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부품 부족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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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 IBM, 필립스, 애질런트 테크놀로지 등 세계 굴지의 컴퓨터,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이 핵심부품의 부족으로 인한 제품생산 차질로 심각한 경영손실을 입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최근 초호황을 맞고 있는 이들 업체들에게 제품을 만들어 팔고 싶어도 부품이 부족해 제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은 플래시 메모리 등 부품 부족으로 올해 약5억6천만달러의 수익 손실을 예상하고 있고 IBM의 경우도 각종 칩과 머더보드 등의 부족으로 금년 2.4분기에 PC와 대용량 서버의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필립스도 당초 올해 휴대전화 판매 목표량을 1천800만대로 잡았으나 플래시 메모리와 축전기 등의 부족으로 목표량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측량장비 전문업체인 애질런트 테크놀로지 역시 금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밖에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 컴퓨터와 팜, 게임기 업체 닌텐도 등도 부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가장 심각한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반도체, 축전기, 액정표시장치(LCD), 플래시 메모리 등으로 이들 부품은 연간 생산규모가 한정돼 있고 부품 제조업체들의 생산설비 확장도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빠르게 이뤄질 수 없어 부품 품귀 현상은 앞으로도 최소 2년 이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세라믹 축전기 제조업체인 AVX의 베니틱트 로젠 사장은 "부품 공급 증가를 위해 설비를 계속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면서 "올해의 설비확장 규모를 2억2천500만달러에서 2억7천500만달러로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부품부족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의 고객사들을 방문했다면서 "그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더 많은 부품을 공급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모토로라가 올 생산량을 당초 4억대에서 4억2천500만-4억5만대로 늘려잡는 등 각 업체들이 휴대전화 생산을 늘려잡고 있어 부품품귀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의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확대가, 가장 심각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의 부족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품 부족현상은 곧바로 부품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져 탄탈 축전기 제조업체인 케멧은 다음달 축전기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고 기타 일부 업체들은 이미 5% 정도의 가격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컴퓨터, 통신장비 제조 업체들의 손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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