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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비핵화 보장하면 깜짝 놀랄 정책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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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달 21일 국무부 청사에서 중앙일보·JTBC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보장한다면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달 21일 중앙일보·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내 강조한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한·미 동맹이었다. 그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북한이 (모든 핵 포기를 약속한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겠다고 확실히 보장만 한다면 깜짝 놀랄 만한(thrilled)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도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미 당국자들이 최근 들어 대부분 교체됐다.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변하는 건 없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반도 현안에서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던 성 김 대사도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책의 일관성을 보게 될 것이다.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국과 한국의 파트너십이다. 더 이상 북한이 남한을 우회해 미국과 독립적 관계를 만들어보려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우리의 관심 밖이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과의 관계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최근 제네바에서 2차 북·미 대화가 열렸는데 성과가 있었는가. 6자회담은 언제 재개되나.

 “생산적(productive) 대화를 했다. 실무적 토론이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돌파구는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에 필요한 사전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 그런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 북한은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데 중요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관해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6자회담 복귀에 필요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오바마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북정책과 관련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현상 유지(status quo)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는 늘 한반도의 실질적 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 진전에 미국과 한국이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북한의 태도와 행동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고 한국과의 대화에 실질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북한은 9·19 공동성명과 국제법규를 준수하겠다는 확고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환경만 보장된다면 (북한에) 생산적 결과를 가져올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을 준비 중이다. 그런 조짐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확실히 그들에게 열려 있다.”

 -현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미국의 대응은.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에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한국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심사숙고할 때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북한이 조만간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 내 일부 인사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도 주장한다.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터득한 건 가설이 담긴 질문에 답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웃음). 다만 미국과 한국 두 나라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게 공통의 이익임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우리는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이 아시아로 향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아시아 중시 정책은)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태평양 지역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최근의 언급이나 활동은 미국이 이 지역에서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떠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21세기 국제정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 지역에서 강력한 개입 정책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몇몇 현안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해상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의 공정성 등이 그 예다. 미·중 간에 좋은 관계가 필요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나라 간에 때때로 긴장이 있을 수 있다.”

 -지난 10월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에겐 ‘꿈이 실현됐다’고 말할 수 있는 회담이었다. 양국 참가자 모두 이렇게 좋은 느낌을 가졌던 회담은 매우 드물다. 양국 지도자 사이에 진정한 동지애가 있었다.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한식당인 우래옥에서 비공식 만찬을 했다. 이 깜짝 이벤트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백악관의 아이디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양국 정상은 허물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겼다. 그동안 성취했던 것들을 함께 축하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당신을 각별히 신임하는 것으로 안다.

 “그는 매우 강하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그는 뛰어난 경청자(listener)다. 여성·소녀와 관련된 현안에 특히 관심이 깊다. 그와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지금껏 내가 경험한 사람 중 최고의 보스다.”

워싱턴=박승희·김정욱 특파원

◆커트 캠벨=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국제정치학)를 받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을 지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국방부·재무부·백악관에서 근무했으며, 2007년 초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를 만들어 운영했다. 캠벨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인연이 깊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 캠프의 대아시아 정책을 총괄했다. 올 들어 국무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6자회담 특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 등 한반도 정책 관련 당국자들이 모두 바뀌었지만 캠벨은 자리를 지켰다. AP통신은 캠벨에 대해 “언제든 클린턴 장관의 사무실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인물로 대북정책 수립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인은 하버드대 박사 출신의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재무차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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