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보다 낫다’ 입소문 타니 참여율 29% → 9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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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시 매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외발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다. [김도훈 기자]
허숙희 교장

경기도 수원의 매탄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1·3학년생)를 둔 이경미(40)씨는 올해부터 매달 72만원을 적금 통장에 넣고 있다. 아이들이 크면 세계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두 아이의 사교육비로 한 달에 80만원을 지출해 따로 적금을 들 여유가 없었다. 피아노에 수영·바둑·태권도학원까지 다니게 했다. 하지만 올해는 학원을 모두 끊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학교로 대신했다. 돈도 매달 12만원이면 됐다. 이씨는 “좋은 방과후 학교 덕에 사교육비 부담도 덜고 아이 들을 위한 저축까지 할 수 있게 돼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매탄초등교가 맞춤형 방과후 학교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허숙희 교장은 지난해 2월 부임한 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8개에서 30여 개로 늘렸다. 그는 부임 전 3년간 경기도교육청의 장학사로 방과후 학교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였다. 허 교장은 “교육청에서 터득한 비법을 현장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맞벌이 학부모를 위해 오후 9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했고, 승마·외발자전거 등 특색 있는 강좌도 마련했다. 강사 질 관리에도 신경 써 연 1회 공개수업을 의무화했 다.

 이런 노력 덕에 방과후 학교가 믿을 만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참가자가 급증했다. 전교생 1700여 명 중 지난해엔 493명(29%)만 참가했으나 올해는 1570명(92%)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28일 오후 컴퓨터실에 포토샵으로 내년도 달력을 만들던 6학년 장한나(13)양은 “학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강의를 학교에서 받는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로 분위기가 살아나자 학생들 성적도 상승했다. 매탄초등교는 이 같은 성과로 1일 ‘제3회 방과후 학교 대상(大賞)’을 받는다.

글=김민상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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