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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 위기론 부른 DVD 기술

중앙일보

입력

리눅스 사용자들이 밖에서 데모를 벌이고 있을 때 미국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나온 한 영화산업 관계자가 DeCSS 프로그램이 냅터화(Napterized)된 DVD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산업이 냅터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한 대학 교수가 뉴욕 연방법원에서 증언을 했다. 그는 DVD에 있는 복사방지 암호를 해독하는 DeCSS 프로그램이 영화 복사를 빠르게 확산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는 마치 음반이 복사돼 냅스터(Napster)를 통해 거래되는 것과 같다.

“음반 산업에서 음악 파일이 압축돼 거래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는 마이클 I. 쉐모스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컴퓨터학과 교수이자 유니버설 라이브러리(Universal Library) 프로젝트 이사다. 그는 “음반 산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비디오 산업에서도 그대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8개의 주요 영화사들은 “쉐모스의 증언은 ‘DeCSS가 하나의 도구로서 사람들이 영화 저작권을 침해하도록 만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민사소송은 뉴욕의 MPAA(Motion Picture Associate of America) 회원사들이 3명의 주민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시작됐다. 가장 눈에 띄는 피고는 엠마누엘 골드스타인으로도 알려진 2600 잡지 발행인 에릭 콜리다.

쉐모스는 이번 공판을 언론의 자유 및 정당한 사용과 강력한 저작권 및 1999년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상의 사용통제 보호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당한 사용의 종말?

이번 소송의 피고측 대표 변호사 마틴 가버스는 “우리는 예술가들과 영화사들이 대가를 환불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신기술이 정당한 사용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소송은 MPAA가 확신시켰던 것보다 더 큰 소송”이라고 밝혔다.

영화산업측 변호사들은 이를 ‘문화의 충돌’이라고 부른다. 즉 자유분방한 인터넷 광과 열심히 일하는 영화사의 창조적 인재들 사이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프로스카우어 로즈 LLP(Proskauer Rose LLP)의 파트너면서 영화사 대표 변호사인 레온 골드는 모두 진술에서 “원고측은 자신의 컨텐츠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 해커들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쉐모스는 자신의 감독 하에 있는 조수가 DVD를 해독하기 위해 DeCSS 프로그램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리고 결과물인 파일들을 새로운 포맷으로 어떻게 원본 파일의 1/5 정도로 압축시키는지 자칭 초보 기술자인 루이스 캐플란 판사에게 설명했다. 이러한 포맷은 해커들 사이에서는 Divx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하드 드라이브에 좀 더 쉽게 노래가 저장될 수 있도록 해주며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하거나 업로드하는 속도를 5배나 빠르게 만든다.

DeCSS를 얻기 위해 쉐모스와 그의 조수가 추적한 링크는 2600 웹사이트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프로세스로는 쉐모스의 조수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암호를 풀고 Divx 포맷으로 압축시키는데 20시간 정도가 걸린다. 쉐모스는 그들이 그 동안 습득한 전문성을 사용하면 이 시간을 10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쉐모스의 조수는 인터넷에 있는 이 영화와 Divx 포맷의 영화 ‘매트릭스’ 한 카피를 교환했다. 평균 250Kbps의 다운로드 속도와 250Kbp의 업로드 속도를 동시에 보장하는 대학 네트워크를 이용한 결과 이 거래에 6시간 정도가 걸렸다.

쉐모스에게 이처럼 짧은 다운로드 시간은 영화 산업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56Kbps 모뎀을 가진 가정의 사용자가 같은 거래를 하려면 60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DSL을 갖춘 가정에서라면 이 시간을 15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캐플란 판사가 자신도 집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묻자 쉐모스는 “작동이 잘 되는 플레이어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MPAA 반대 시위

밖에서는 30명 가량의 시위대들이 뉴욕 법원의 콘크리트 장벽 뒤에 서서 “MPAA! 우리의 권리를 빼앗지 마라”를 되풀이했다.

뉴욕 리눅스 사용자 단체(New York Linux Users'' Group)의 짐 글리슨 사장은 이 데모의 일부를 조직했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음반 불법 복제자들을 상대로 제기된 이번 집단 소송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것은 음반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흡사하다. 영화산업은 한번도 의도하지 않았던 저작권을 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고측 변호사인 가버스는 MPAA는 DeCSS가 저작권 침해 행위에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여전히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하는 건 쉽다”고 말하며 “냅스터에게 벌어지는 일이 여기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이 마무리되려면 1주 내지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고측은 판사의 결정에 대해 항소할 것을 시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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