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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혹은 살아남거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름에는 어느 계절보다 공포물이 제맛이다. 공포물을 접할 때 서늘해지는 기운으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의 한국영화계도 〈여고괴담〉의 흥행 성공 이후로 앞다투어 공포물이 제작되고 있으며 나름대로 인기도 끌고 있다. 이 같은 공포영화가 최근에 인기를 끄는 이유로 세기말 현대인의 불안심리와 함께 인간에게 내재된 원형의 공포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하다.

국내의 게임으로는 현재 2편이 제작중인 〈제피〉가 공포물로는 거의 독보적이다. 〈제피〉의 경우 공포물이 취하는 가장 보편적인 장르인 어드벤처의 원칙에 충실하게 따랐으나 오히려 그 점이 인기가 반감된 요인이 되었다. 사실 요즘은 순수하게 단일 장르로 이뤄진 게임은 게이머의 인기를 얻기 힘들다. 순수한 2D 어드벤처였던 〈인디아나 존스〉시리즈가 5편에서 3D 액션을 가미했고 〈하프라이프〉의 경우 1인칭 액션게임에 어드벤쳐성을 가미해 인기를 끌었다.

복합장르 호러 게임의 대표작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먼저 선보인 캡콤사의 〈바이오 하자드〉시리즈를 최고로 꼽는다. 이 게임은 PC용으로 컨버전되어 전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2편이 먼저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영어버전으로 수입이 되었고 나중에 1편이 추가로 출시되었다.

〈바이오하자드〉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생물학적인 실험으로 인해 한 지역이 좀비로 가득 차게 되고 그곳을 탈출하는 내러티브로 진행이 된다. 기본적으로 혼자서 퍼즐을 푸는 어드벤쳐로 시작하지만 퍼즐의 힌트를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좀비를 파괴하는 과정은 마치 아케이드 게임처럼 진행된다. 때문에 기존의 지루한 어드벤처에 식상한 게이머들은 부위별로(?) 좀비를 파괴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더구나 PC용 버전에서 난이도를 낮추면 총알 제한이 없어져 슈팅게임으로만 즐긴 게이머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 게임이 〈하우스 오브 데드〉나 〈버추어 캅〉처럼 단순한 슈팅게임이었다면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 슈팅 게임이나 밀리터리 게임들이 명분을 지닌 임무 수행이었다면 이 게임은 '살아남는'것이 목적이다. 다양한 캐릭터가 가끔은 임무를 가지고 등장하지만 모두 결국 살아남기 위해 괴물을 죽여야만 한다. 하지만 조건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걸핏하면 총알이 떨어지고 항상 나타나는 괴물들은 가지고 있는 총보다 엄청난 화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카메라 시점마저 고정되어 있어 가끔은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괴물들만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폐소공포증도 한 몫을 한다. 대부분의 이동장소는 좁은 복도나 지하실이고 가끔은 기괴한 초상화가 가득한 방에서 아이템을 찾기 위해 머물다가 좀비의 습격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방을 이동할 때에는 문이 열리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는데 게이머를 조마조마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그 문이 열리면 무엇이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오 하자드〉는 2편부터는 재핑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도입이 되어 플레이 시간을 연장하는데 일조를 했다. 기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두명의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방식에 따라 다음에 플레이하는 캐릭터에게 영향을 주는 시스템으로 게임이 짜임새 있게 느껴지게 했다. 최종 엔딩을 보고 난후 게이머의 성적이 우수할 경우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기도해 며칠밤 라쿤시티에서 해멘 경험을 한 게이머도 많을 것이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장르의 형식 때문에 어드벤쳐 게임은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호러게임은 다양한 방법으로 게이머의 시청각을 자극하지 않으면 무척이나 싱거워지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수작은 많지 않다. 특히 〈판타스마고리아〉나 〈엘비라〉처럼 고전 호러물이 취하는 신체상해가 등장하는 게임은 우리 나라 실정상 만나보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에는 호러게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바이오 하자드〉 출시 이후 국내에서도 공포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에는 손노리에서도 〈화이트 데이〉라는 공포어드벤쳐를 제작중이라고하여 국내 공포매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바이오 하자드〉의 외전격인 다양한 게임들이 제작되었고 올해에는 3편의 PC컨버젼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또 한번 좀비와의 일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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